• 호반건설이 인수 후속작업을 진행 중인 울트라건설의 대표이사로 최승남 부사장을 내정했다. 하지만 최 부사장은 경력 대부분을 건설업과는 무관한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통'으로 건설사 대표로 적합한 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당초 호반건설은 국내 주택사업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울트라건설을 인수했다.

    실제로 호반건설의 경우 주택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할 정도로 주택사업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2015년 시공능력평가에서도 건축능력평가액은 1조7660억원이었지만, 토목능력평가액은 5640억원에 그쳤다. 주택수요자들의 심리에 의해 좌우되는 부동산시장 특성상 주택 부문에만 의존하다보면 자칫 장기침체로 빠질 우려가 있는 만큼 다양한 활로가 필요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울트라건설은 2014년 연간 매출의 82%가량을 관급공사로 달성했다. 울트라건설은 국내에서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도로, 공단부지 조성, 지하철, 터널 공사 등 토목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 소규모에 불과하지만 아시아와 중동 CIS(독립국가연합) 지역 등에서 해외사업도 진행 중이다. 역시 토목공사 위주다. 2014년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하지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2013년 이전에는 매출의 5~10%를 해외공사에서 거둬들인 바 있다.

    때문에 주택 외 토목사업과 해외 부문을 두루 경험하거나 해당 능력이 검증된 인사가 울트라건설 신임대표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개 특정 사업 부분에 집중해야 할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를 일선에 내세워 강점을 극대화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경우는 예상을 빗나갔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두산건설의 경우 HRSG(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 렉스콘 사업부 등의 매각으로 건설 본업에 충실해야 할 상황이 되면서 건축공학과 출신의 이병화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또 한화건설은 전사적으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성 공사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해 수주한 최광호 사장을 경영일선에 앉혔다. 당시 한화 측은 "검증된 역량을 갖춘 인물로 성과주의에 기반했다"며 최 사장의 선임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최승남 신임 대표의 경우 1979년 우리은행에 입사한 이래 2013년까지 영업본부장, 글로벌사업단장, 부행장,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등 금융권 요직을 거친 인사다.

    이와 관련, 호반건설 측에서는 "현재 대표이사(전중규 부회장)도 외환은행 부행장 출신의 금융권 인사다. 회사마다 인선 기준이 다르지 않겠느냐"며 출신에 대한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금융통'이라는 꼬리표는 물론, M&A의 원활한 마무리를 위한 인물로 적합치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35년간 금융권에 종사했으니 '금융통'이라 불리는 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주요 요직을 거친 시기가 고려대 금융인 모임인 '고금회'가 금융권을 쥐락펴락하던 MB정권 시절이었다는 점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금융권 실세가 고금회에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로 넘어갈 무렵 최 대표가 광주은행 은행장 공모에 지원했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광주고 출신인 최 대표가 금의환향에 실패하면서 고대 경제학과 출신으로서 전성기를 함께 누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A 절차와 관련한 해석 역시 마찬가지다. 호반건설에 부사장으로 입사해 금호산업 인수에 관여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지만, 최 대표의 경력에 M&A와 관련한 뚜렷한 행적을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김상열 회장과의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김 회장(1961년생)과 최 대표(1956년생)는 나이 차이로 봤을 때 동문수학한 사이는 아니지만, 모두 광주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최 대표가 처음 호반건설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3년 말로, 김 회장이 건국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는 행사였다. 다만 당시 최 대표는 호반건설 부사장이 아닌 '전 우리은행 부행장' 이름을 달고 행사에 참석했다.

    2006년 86위로 시평 100위권에 진입한 호반건설은 매년 6.7계단씩 뛰었을 뿐만 아니라 2006년 2385억원에 그쳤던 시평액을 2조3294억원까지 끌어올리는 등 최근 11년간 가장 많은 성장세를 보인 건설사다. 국내 주택사업 위주라는 핸디캡을 고려하면 입지전적 건설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호반건설이 홈페이지 글귀대로 '초일류 종합건설회사'로 도약하려면 '금융통'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울트라건설의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건설통'을 수장으로 앉히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