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요금제 인가권 쥐고는 "인하 없다" 버티기

  • ▲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낮 12시 최고전력수요가 7천905만㎾로 뛰어 여름철 기준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한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부에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있다. ⓒ 연합뉴스
    ▲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낮 12시 최고전력수요가 7천905만㎾로 뛰어 여름철 기준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한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부에 에어컨 실외기가 놓여있다. ⓒ 연합뉴스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연일 계속되자 '전기요금 폭탄' 우려가 전기요금 누진제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신청인은 2200명을 돌파했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총 6단계로 1단계는 킬로와트시(kWh) 당 전력량요금이 60.7원이지만 6단계에 들어서면 709.5원으로 11.7배나 높다. 

이처럼 전기요금이 최대 11.7배나 차이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급속도로 높아지는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진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7년. 당시 정부는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전력 요금을 낮추고,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기사용 전약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지난 10년 간 전력 사용 구조가 큰 폭으로 달라졌다는 데 있다. 매년 연간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고 에어컨 보급 속도도 빨라졌다. 

가정당 월평균 전력사용량 역시 2006년 220kWh, 2014년 226kWh로 늘었고 전력소비량 300kWh를 초과하는 가구 비중 역시 22.6%에서 28.7%로 늘었다.

현행 제도가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라고 보기도 어렵다. 저소득층에 복지할인이 적용되지만 장애인가구처럼 전력사용이 많은 가구는 누진제 구간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누진제 개편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의당은 누진제 구간을 현행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여 가계부담을 완화하고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요금을 더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용 전기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감안한 입법추진인 셈이다. 다만 산업용 전기와 가정용 전기의 원가가 다른 데다가 자칫 기업의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 한국전력 본사 ⓒ 뉴데일리
    ▲ 한국전력 본사 ⓒ 뉴데일리


  • 한전은 난감한 입장이다. 여름철마다 전기요금을 인하해 달라는 여론은 뒤따라왔지만 소송전으로 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 관계자는 8일 "한전이 요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가 인가권을 갖고 있어 정부 방침이 세워져야 요금제도 개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여론이 떠밀려 요금인하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후폭풍은 한전의 몫이다. 일단 한 번 내린 요금을 물가수준에 맞게 올리는 일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엔 한전 소액주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7조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다. 정부가 한전 전기요금 인상률을 결정할 때마다 원가 이하 전기요금을 요구해 주주의 이익이 침해됐다는 주장이었다. 

    전문가들은 현행 누진세를 정비해 최대요금과 최저요금 간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광수 선임연구위원은 "누진제를 적용한 다른 나라 대부분이 3~4단계에서 최저요금과 최대요금 차이가 2배를 넘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그 수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