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낮은 '흙 운동장' 선택…친환경 우레탄 추석 전 결정될 듯
  • 서울 소재 A고교의 운동장. 잔디 운동장 옆 트랙이 마사토로 조성되어 있다. ⓒ뉴데일리경제
    ▲ 서울 소재 A고교의 운동장. 잔디 운동장 옆 트랙이 마사토로 조성되어 있다. ⓒ뉴데일리경제


    초·중·고교 '중금속 우레탄 트랙' 사태에 따른 교체 작업이 2학기 개학 후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최신 체육시설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마사토(굵은 모래) 교체' 대책이 등장해 학교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오르내리고 있다.

    우레탄 교체 시기 등이 지연되자 일부 교육청은 마사토 교체를 결정한 학교에 대해서만 예산을 우선 지원, 학교 체육시설이 과거로 회귀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현재 학교 우레탄 트랙 교체와 관련해 재조사가 진행 중이며 추석 이전에 설치 유형 등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시설과 관계자는 "우레탄 재시공을 보류하는 것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현장에 시공해야 하는데 제작부터 기준을 맞춰야 한다. 확정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공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우레탄 체육시설이 설치된 전국 2763개교에 대한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1767곳이 기준치를 초과한 납 성분이 검출됐다. 이후 학교별로 해당 체육시설을 폐쇄하며 재시공 등 친환경 우레탄으로 교체해줄 것 요청했지만 예산을 이유로 방치된 상태다.

    결국 서울 등 일부 교육청이 선택한 것은 마사토로, 우레탄 체육시설 개선 방안으로 재시공이 아닌 마사토 교체 시에만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친환경 우레탄이 아닌 마사토 트랙이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중순께 이 같은 대책을 관내 학교들에 전달했다.

    이후 유해성 기준치가 초과한 130여개 학교 중 80개교가 마사토 교체를 결정했고, 서울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예산을 지원하면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체육수업 시수 등을 고려하면 학교에서는 당장 마사토로 교체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마사토 공사로 예산을 배정받게 되면, 교육부 방침이 나오더라도 우레탄 시설은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서울교육청 체육건강과 관계자는 "우레탄 재시공은 교육부에서 환경부와 협의해 환경호르몬 등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예산을 지원하지 말라고 해서 중지했다. 마사토로 교체하기로 한 곳에는 예산을 배정했다. 마사토 교체 후 재시공은 못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시설 지원을 위해 2008년 우레탄 트랙 등을 조성했다. 하지만 중금속 오염 문제가 불거지자 조속한 대책 마련은커녕 땜질처방이 등장하면서, 학교들은 어쩔 수 없이 마사토를 선택으로 최신 체육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 소재 한 고교의 A교사는 "마사토 교체는 회피용이다. 인조잔디나 천연잔디가 깔린 운동장 옆에 마사토를 깔게 된다면 구색을 갖출 수 없다. 일부 학교의 경우 교육청 눈치에 말도 못하고 교체하는 상황이다. 탁상행정을 벌이는 교육부, 교육청의 '슈퍼 갑질'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마사토로 교체하게 된다면 1960년대로 회귀하게 된다.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가 드물다. 체육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는 데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교실에서 체육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방침에 따르지 않으면 예산 배정 거부 등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B고교의 경우 중금속 우레탄 사태 이전부터 잔디 운동장 옆 트랙을 마사토로 조성했다. 눈·비로 질퍽거리거나 흙이 과도하게 파헤쳐질 경우를 대비한 보수용 마사토가 운동장 구석에 잔뜩 쌓여 있고, 마사토로 인해 잔디 훼손이 우려되면서 체육 시간 외 운동장 사용은 드물다.

    교육청이 내놓은 '마사토 트랙'에 앞서 유사한 형태의 운동장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사례로 드러나 있지만, 마사토로 교체하던지 기다리라는 입장이다.

    일부 학교는 아예 마사토 교체를 거부하고 우레탄 트랙 부근에는 발판을 설치, 학생들이 우레탄 접촉을 막는 임시 조치로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만 바라보고 있다.

    C고교의 교장은 "마사토 운동장은 흙 훼손을 막고 잡풀을 없애기 위해 소금으로 단단히 관리해야 한다. 배수시설도 갖춰야 하며, 염분 유출로 환경 문제로 대두되는 데 운동장 안쪽은 잔디, 밖은 마사토라면 관리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레탄 트랙 하부는 20cm 이상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이를 모두 제거한다면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과거에는 우레탄이 최고라고 만들어 놓고 마사토로 해야지만 지원해주는 것은 탁상행정이다. 최상의 해결책은 중금속 우레탄 교체다. 기준치에 맞지 않는 우레탄 시설로 예산 낭비와 졸속행정이 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정작 우레탄 트랙을 설치하지 않은 학교가 안도하는 모습이다.

    D고교의 한 교사는 "학교에 우레탄 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시설을 바꾸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일 정도다. 다른 학교 상황은 심각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E씨는 "아이들이 체육활동이 할 수 없어 운동장에 나갈 수가 없다. 중금속 우레탄으로 난감한 상황인데 아이들이 나간다고하면 막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고 토로했다.

    이번 중금속 우레탄 사태로 인해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되면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우레탄 트랙 사업은 실효성 등을 검토하지 못해 많은 예산 낭비와 아이들의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겠지만 안전한 공간을 만들지 못하는기성세대, 정치권, 정부 부처는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