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2㎏ 품은 '배불뚝이 TV'서 유해물질 제거… LED·PDP 시장 개척無수은 LCD TV 이어 '카드뮴 프리' 퀀텀닷 기술 업계 최초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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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을 규제하는 법이나 제도는 보통 경영의 발목을 잡기 일쑤다. 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규제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환경분야 규제와 정면 승부를 펼쳐, '친환경·녹색' 전자제품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린 삼성의 지난 여정을 되짚어봤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기업에게 친환경 경영은 이미 숙명이 된지 오래다. 글로벌 환경규제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TV 사업 역시 과거 환경규제 탓에 움추러든 적이 있었다.

    배불뚝이 TV로 알려진 '브라운관 TV' 시절로 돌아가 보면, 삼성은 당시 유럽에서 불어닥친 환경규제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브라운관 TV의 경우, 기기 한 대당 최대 2㎏의 납을 사용한다. 화질 개선을 위해 당시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초기 전자제품은 하나같이 거대했다. 큰 덩치에 비례해 플라스틱이나 금속, 화학 물질의 사용량도 많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자 폐기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폐기물 중 하나로 여겨졌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전자제품에 쓰이는 납의 부정적 영향'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고, EU는 이에 따른 규제책을 발 빠르게 세웠다.

    지난 2002년 EU는 수명이 다한 제품의 적절한 재활용을 위해 첫 번째 지침인 '폐전기·전자제품처리지침(WEEE DIRECTIVE)'을 수립했다.

    이어 2006년 다시 법안 2개를 추가로 공표했는데, 그 중 하나는 '유해물질제한지침(ROHS DIRECTIVE)'이고, 나머지 하나는 화학 물질의 등록·평가·승인·제한 관련 규제, 일명 '리치(REACH)'다.

    이들 두 법안은 기업이 디자인과 소재 구매 행태 개선을 통해 유해 물질 사용을 스스로 관리, 통제하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같은 변화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해석했다. '이번 기회에 소비자의 영상 시청 경험을 혁신적으로 바꿔보자'는 식으로 발상을 전환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삼성전자는 이후 차세대 LED와 플라스마표시장치(PDP) 시장을 개척하며, 디스플레이 업계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유해 물질 저감 노력이 거둔 성과였다.

    여세를 몰아 삼성은 계속 친환경 분야 주도권을 강하게 움켜줬다. 2009년엔 상업용 무(無)수은 LCD 제품군을, 지난해엔 '카드뮴 프리' 퀀텀닷 기술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은 현재까지 세계 TV 시장에서 10년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2008년엔 브롬계 난연제나 PVC를 규제 범위 이상으로 넣지 않은 휴대전화를, 2011년엔 프탈레이트와 베릴륨 화합물을 사용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차례로 출시했다.

    모든 제품에서 염소계 난연제와 안티모니를 제거하기도 했다. 안티모니는 활자 합금이나 도금, 반도체 따위의 재료로 쓰이며 유해 중금속으로 분류된다.

    삼성은 앞으로도 '친환경·녹색' 경영 기조를 멈추지 않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로 12년째 운영 중인 '환경분석연구실'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기준 전 세계적으로 700여 종(種)의 유해 물질이 관리(통제) 대상에 올라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날로 엄격해지는 소재관련 규제를 준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제를 혁신의 기회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