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지난 2009년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스 1549편의 추락 사고를 다루고 있다.

    그 해 1월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실은 US에어웨이스 1549편은 이륙 2분만에 버드 스트라이크로 양쪽 엔진에 손상을 입었다. 기장은 뉴욕 관제탑에 즉시 상황을 보고 했고, 관제사는 이륙했던 라과디아 공항 활주로로 회항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기장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는 여객기의 고도와 속도를 고려할 때 라과디아 공항까지 갈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신 그는 허드슨 강에 불시착을 시도했고, 관제사는 대형 사고를 예감하며 망연자실한다. 다행히 동체의 손상 없이 물 위 불시착에 성공했고 155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능력과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설리는 42년차 베테랑 기장이었고, 위기 상황에서도 오랜 경력으로 쌓은 직감을 통해 기적을 만들어 냈다.

    우리에게도 허드슨 강의 기적이 가능할까. 현재 국내 항공산업의 추세를 살펴보면 허드슨 강의 기적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국내 베테랑 기장들의 탈출러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국토교통위원회)은 국내 항공 조종사 해외 유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까지 총 36명의 항공기 조종사가 해외로 유출됐다.

    문제는 해마다 조종사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2년간 국내 조종사 인력 유출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에는 24명이, 2015년에는 92명이 해외로 이직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항공사로 이직했다. 중국 업체들이 다양한 경험을 갖춘 숙련된 인력을 전방위로 흡수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2008년 1430대에서 2013년 2310대로 급증했다. 급격한 성장 속에 항공 수요가 넘치면서 숙련도가 뛰어난 한국인 조종사에 적극적인 구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력 유출은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항공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테랑 조종사 유출에 따른 비행안전 저하도 우려된다. 앞으로 조종사 인력 흡수를 위한 중국의 유혹은 강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나서 인력 유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