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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30여일간 진행해온 롯데그룹 수사를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마무리했다. 비리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던 초심과는 달리 먼지만 털고 끝난 격이다. 

검찰 수사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과 함께 '속빈 강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자금 조성,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등의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도 못한 채 '용두사미'로 마무리 됐다.

결국 검찰은 롯데에 대한 의혹은 많았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특별히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선끌기용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오명을 안게됐다.  

검찰이 처음 롯데그룹 수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10일이다. 검찰은 컨트롤타워로 불린 정책본부와 계열사에 검사와 수사관 200여명을 보내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다. 1차 압수수색 때만 해도 계열사 대표 등을 포함해 500여명의 임직원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역대 그 어떤 재벌그룹 압수수색보다 강도높은 조사였다.

같은 달 말에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사건과 관련해 롯데장학재단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7월 1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총수 일가로서는 처음으로 소환됐고 그 뒤 7월 4일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결국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며 7월 7일 신영자 이사장이 구속됐다. 롯데그룹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롯데그룹 맏딸이자 대모로 불렸던 신영자 이사장의 구속은 그룹 내부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검찰은 기세를 몰아 7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롯데그룹 본사 및 계열사 주요 임원들을 줄줄이 소환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번번히 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결정적으로 롯데그룹 '2인자'로 불리던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에 출석키로 한 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여론이 더욱 확산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검찰은 롯데 비리 의혹 뿐만 아니라 총수일가의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는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후에도 속속 총수일가를 불러 소환조사했다. 지난달 1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같은달 8일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20일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소환 조사하자 여론의 이목도 집중됐다. 이러한 과정 속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부인인 서미경 씨에 대한 여권 취소, 재산 압류 등의 조치도 이뤄졌다. 

검찰은 170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회장에 대해선 구속영장 청구를 했다가 기각됐다. 이에 검찰은 재청구 여부를 고심하다가 결국 불구속 기소로 방침을 정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6000억원대 탈세와 배임 혐의로,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400억원대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롯데그룹 수사가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면서 향후 다른 사건의 수사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제2, 제3의 롯데그룹이 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책임하게 진행된 부실·불량 수사는 이제 종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