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만료 은행장 이어 임원들도 3명 중 2명 교체정부 입김은 미풍에 그칠 듯…내부인사 중용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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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 임원 65.3%가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된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겸 국민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각사
    ▲ 시중은행 임원 65.3%가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된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겸 국민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각사



    주요 은행 임원들의 임기가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대거 만료된다.

    여기에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은행장이 바뀔 수 있는 곳이 많아 은행권 전반에 인사 태풍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의 임원(사외이사·비상임이사 제외) 98명 중 64.28%에 달하는 63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은행권에 몸 담은 임원 3명 중 2명은 인사 평가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우리·신한·기업銀, 은행장·부행장 공식 임기 대거 만료  

    인사 시즌을 앞두고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이번 민영화 성공 여부에 따라 임원 인사의 폭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민영화 이후 새로운 이사진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전략을 택한다면 은행장부터 감사, 부행장 등 임원들이 전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민영화 성공에 발맞춰 우리은행에 새로운 이미지를 심기 위해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 급격한 변화로 초래될 수 있는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을 택할 경우, 올해 말 임기를 앞둔 이광구 행장이 한 번 더 우리은행을 이끌 수도 있다.

    이광구 은행장은 기존 3년 임기를 2년으로 축소하며 임기 내 민영화를 이루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이 행장은 약속을 지킨 셈이다. 또 실적 개선을 함께 이끈 리더십도 보여준 만큼 이광구 은행장에게 1년 더 우리은행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이사회 멤버가 이광구 은행장을 더 선택한다면 임원 교체 폭은 중폭으로 그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올해 우리은행은 임원 18명 중 이광구 행장을 포함해 이동건·남기명·손태승 그룹장, 정원재·채우석·이동빈 부행장 등 총 12명이 연말 인사 대상자다.

    은행장과 부행장들이 모두 이번 인사 시즌에 임기가 끝나는 신한은행도 인사 교체 규모가 클 것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조용병 은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임원 인사는 12월말 먼저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의 경우 5명의 부행장들이 통상 '2+1'로 운영되는 임기를 다 채운 상태라 최소 5명 이상이 교체 대상에 올랐다.

    서현주 개인그룹부행장과 윤승욱 경영지원부행장은 이미 3년을 꽉 채웠고, 왕태욱 소비자브랜드그룹 부행장과 최병화 기업그룹부행장, 권재중 경영기획그룹부행장도 2년 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낙하산 인사 내정설에 휩싸였던 기업은행의 차기 행장 자리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순실 이슈로 정치권 입김 영향력이 축소되고 내부 승진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박춘홍 전무이사를 비롯해 김성미 부행장, 김도진 부행장, 시석중 부행장의 임기가 내년 초로 끝나는 만큼, 인사 교체 바람도 크게 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업고객본부와 충청지역본부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역임한 경험이 있는 박춘홍 전무를 차기 행장으로 유력시 하고 있다. 

    또한, 임기가 꽉 찬 부행장들이 계열사 사장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인사들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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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국민·농협·KEB하나銀, 은행장 교체 없어도 인사 태풍 예고
                           

    이번 연말 인사로 KB국민은행장 자리 부활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꼽힌다.

    보험사와 증권사 등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부문 규모가 커져 윤종규 회장이 은행장직을 내려놓고 지주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은행 조직이 안정화됐고 경영승계프로그램도 구축해 둔 만큼 새로운 수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심스럽게 회장-은행장 분리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아울러 임원들이 최소 보장 임기는 2년을 거의 다 채워서 국민은행의 연말 인사 교체 폭이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홍·허인·박정림 부행장 등 3년 이상 자리를 유지했던 부행장들의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난다.

    전귀상 부행장, 김기헌 부행장, 이오성 부행장, 오평섭 전무, 이용덕 전무도 연말 기준으로 임기를 다 채우게 된다. 

    농협은행도 인사 시즌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경섭 행장 임기는 내년 12월로 아직 1년 이상 남았지만 올해 국정감사 당시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은행 적자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보통 2년을 채운 뒤 연임하지 않는 농협은행의 인사 특성상 김호민 수석부행장, 박석모·윤동기 부행장이 올해 연말을 끝으로 물러날 수 있다. 

    이번 연말 태풍 인사를 가장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곳으로는 KEB하나은행이 꼽힌다. 

    함영주 행장을 포함한 부행장과 전무 등 총 18명의 임원 모두의 임기 만료일은 올해 말부터 연초로 예정돼있지만, 대부분 연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함 행장은 2015년 9월 통합은행장 취임 후 하나·외환 전산통합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했고, 노조 통합이나 실적 개선 등을 이끌면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행장이 연임할 경우 임원들의 변화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박종영·윤규석·유제봉 부행장은 선임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이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13명의 전무들도 계약 상 임기는 올해 연말로 돼 있지만, 한해 동안 실적에 따라 연임 가능성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교체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연말 인사때 자리가 비어있는 영남영업그룹과 리테일고객지원그룹, 마케팅그룹 자리에 새로운 부행장이 발탁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룹장 체제로 부서를 운영하고 있어 부행장이 없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다만 지금처럼 그룹장이 계속 해당 부서를 이끌거나 공석인 곳에 부행장을 새로 선임할 지는 연말 인사 때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