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호, 美 공장으로 무역규제 피해갈 가능성 높아넥센, 미국시장 내 불리한 상황 봉착
  •  지난 9일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국내 타이어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보유하고 있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파란불이, 넥센타이어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10일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들을 살펴보면 △중국, 멕시코 등 주요 대미흑자국 고율 관세 부과 △한·미 FTA 재협상 등이 있다. 모두 국내 수출 시장에 타격이 예상되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실제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되더라도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미국 공장을 통해 트럼프의 강력한 무역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올 초 미국 조지아에 공장을 짓고 가동을 시작했고, 내년 초에는 한국타이어가 테네시에 공장을 새로 가동한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고세율 관세 부과 정책이 단행되더라도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리스크를 빗겨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 타이어에 비해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진다. 여타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과 미국시장 내 과열경쟁 해소라는 관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트럼프가 현재 최고 35%인 법인세를 15%로 낮추는 공약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인의 세금이 낮아지는 만큼 시장 가격 조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공약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 확대가 예상되지만,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미국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매력이 돋보인다"며 "두 공장 모두 향후 점진적으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미국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수입품에 대한 고세율 적용에 따른 불이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FTA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현행 FTA에 따르면 타이어 제품은 4%의 관세율 철폐 혜택을 보고 있다. 만약 관세율 부과가 다시 부활하게 되면 넥센은 현지 생산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 집중한 한국·금호타이어가 저조한 성적에 울상을 지었고 북미 시장에 집중한 넥센타이어는 꽤 선전했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상황이 역전된 듯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넥센타이어는 현재 미국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에 비해 무역규제에 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미국 시장 내 열세에 처할 위기에 봉착한 셈"이라며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기준 북미 판매 비중이 29% 이상 차지하는 주요 시장인 만큼 트럼프의 '보호무역'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