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간섭'에 '차익' 실현 집중 등 부작용 최우선 고려해야"경영권 보호 위한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도입 절실"


  •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를 의무하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가시화되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간섭이 활발해지는 등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합병 논란이 확산되며 스튜어드십 코드 및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2010년 영국에서 시작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고객과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지난해 말 구체화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이행해야할 7개의 원칙과 지침으로 이뤄져 있다. ▲관리·수탁자 책임 정책 공개 ▲이해상충 방지정책 공개 ▲투자대상회사 지속 점검 ▲수탁자 책임활동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공개 및 의결권 행사내역,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 보고 ▲수탁자 책임 이행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 등이다.

    코드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코드가 일찍 도입됐다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 찬성 논란과 같은 사안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경영의 투명성과 주주 이익이 제고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 위험을 통제해 효과적인 위험관리가 가능하며, 지배구조 및 지속가능성을 개선해 중장기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 운용자산의 증진을 도모해 투자자 이익을 높이고 자본시장과 경제전반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제계 안팎에서는 경영 투명성과 주주 이익 제고에는 동의하지만, 코드의 필요성과 내용의 적절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기관투자자들의 모니터링 및 관여 범위가 필요 이상으로 광범윟 지나친 경영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법률상 강제가 아닌 자율적인 가이드임에도 법적 구속력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제정주체, 제정과정, 시행관행 측면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연성규범으로 보기 어렵다"며 "법적근거 규정 없이 행정지도를 하는 우리나라 관행을 고려할 때 수범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경성규범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 꼬집었다.

    기관투자자들이 자본시장 내 높은 비중을 활용해 경영권을 적극 행사할 경우 기업의 경영권이 위축되거나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기관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주가상승에만 집중해 기업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직 이익만을 위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던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탄받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국내 주식거래 회전율은 연간 106%로 세계에서 6번째로 단기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반기 또는 1년 단위로 시장수익률을 평가해, 기업의 장기적 가치보다는 단기적 수익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의미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관주주의 투자 패턴이 단기주의 확산의 주요원인이었음을 감안할 때 지금 상태로 경영에 관여한다면 단기주의 부작용이 더욱 불거질 가능성 있다"며 "단기 수익을 도모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모험투자나 장기투자를 회피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경제의 장기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튜어드십 코드의 확정안이 이달 중순 제정·공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의 경영간섭을 방지할 금지 조항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차등의결권,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차등의결권은 다른 주식보다 의결권을 많이 가진 주식을 발행해 한 주만으로도 의결사항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차등의결권은 황금주라고도 불린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자가 주식을 일정 비율 취득해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주식을 싼값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두가지 장치를 통해 경영권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를 앞세우는 야당의 상법 개정안은 주주행동주의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주주의 권리 보호와 함께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의 제도도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