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내년부터 협력사에 안전관리 전담자 배치
  • 병신년(丙申年)이 저물어간다. 한해를 정리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조선업계에 바라는 마음은 딱 하나였다. 업황 회복? 아니다. 수주 재개? 아니다. 바로 무사고다.

     

    업황 회복, 수주 재개 모두 조선업계에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무사고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게 본인의 생각이다. 사고는 아차하는 순간 한 사람의 목숨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 올해 조선업계에서는 많은 사고들이 발생했다. 그런 과정에 무려 18명의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고 발생 비율을 보면 현대중공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올 한해 현대중공업에서는 모두 11건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그룹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각각 2건, 1건으로 파악됐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만 총 1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나머지 4건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서 각각 2건씩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로 보면 매월 1명 이상의 현장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최근 사망한 근로자들은 본인과 비슷한 나이대라 안타까움이 더욱 더해진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나이에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이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협력사에 안전관리 전담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사망사고를 당한 14명 중 9명이 협력사 직원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협력사의 안전 문제까지는 챙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2만3000명에 달하는 울산조선소 현장 근로자보다 더욱 많은 2만7000명이라는 인원이 협력사 직원들이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내년에도 조선업계 수주절벽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참으로 어려웠던 한해를 보냈음에도 아직까지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비록 조선업계가 어렵더라도 노사가 합심해 위기 극복에 나선다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올해 최다 사고건수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노사 화합을 되찾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명사고부터 줄여야 할 것이다. 근로자들은 안전의식을 더욱 강화하고 사측에서는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로 사고부터 줄여나가면 멀어진 마음도 좁혀질 수 있지 않을까. 다가오는 정유년 새해는 노동조합의 사망사고 문자를 받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