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취임으로 촉발될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정부는 외교적 협력, 업계는 경쟁력 강화에 초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지만, 한국경제의 여건은 그리 녹록치 않다. 대한민국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특검, 대선 정국이 맞물리면서 사상 최악의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다. 특히 산재된 여러가지 불확실성 요인이 한국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점차 높아지고 있는 보호무역 장벽은 올해 글로벌 경제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의 정부는 물론 기업간에도 치열한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난관을 뚫기 위해 대한민국도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역시 불확실성을 높이는 리스크로 꼽힌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촉발될 환율시장 불안에 선제적·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노조의 파업도 빼놓을 수 있는 악재다.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과 경쟁력 약화, 이미지 및 신뢰도 추락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안도 찾아야 한다. 결국 생존을 위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추는 길 밖에 없다. 특허 및 원천기술 확보에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더욱 해외에 진출해 시야를 넓혀야 한다. 눈높이를 맞춘 현지화 및 다변화를 통해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처럼 5대 불확실성 악재를 진단하고, 한국경제가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 자료 사진.ⓒ뉴데일리
    ▲ 자료 사진.ⓒ뉴데일리

     

    2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되면서 통상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통상마찰의 경우 개별 기업의 큰 손해는 물론 각국의 자존심을 건 새로운 갈등 양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의 퀄컴에 대해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법정공방은 물론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결 국면으로 확산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보호무역이 확산돼 對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고, 보호무역 기조가 다른국가로 확산돼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통상 현안에 적극 대응”

     

    이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2017년은 통상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통상 현안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한미간 통상마찰 현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형환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상호 호혜성을 미국 신정부에 적극 설명하고 한미 FTA의 충실한 이행과 새로운 협력사업 발굴로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향상시키겠다"며 "중국의 비관세장벽 문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 하반기로 예정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경제장관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막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주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균형있는 美 교역구조 형성 노력을 강화하고, 수입규제 대응 및 FTA 시장 확대를 추진한다.

     

    우선 교역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경제성과 국내수급 여건 등을 감안해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 등 對 미국 원자재 교역 확대를 검토한다. 당장 올해부터 연간 280만톤 규모 셰일가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의 對 미국 무역흑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미국의 주장을 고려해 교역구조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정부는 수입규제 대응을 위해 G20·APEC 등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불공정 무역규제 조치에는 WTO 제소 등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무역분쟁에 따른 국내 피소기업 실태조사(1월)를 통해 대응사례와 애로사항 등을 발굴하고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FTA시장 확대를 위해 RCEP․TISA(복수국간 서비스협정) 등 양·다자 무역정저의 조속한 타결을 추진하고, 후속 활용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의 무역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영 FTA도 추진할 예정이다.
     

    ◇철강업계, 고부가가치제품 판매로 보호무역 극복

  • ▲ 자료 사진.ⓒ현대제철
    ▲ 자료 사진.ⓒ현대제철

     

    미국은 올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철강재에 대한 수입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도 수입 규제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정부는 철강 등 수입 규제 확대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민관협의내 '업종별 분과회의'를 신설해 대응하기로 했다.

     

    기존 규제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법원 제소, 연례재심 등을 추진한다. 산업부는 이달 국내 피소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수 입규제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또 수입규제 전문가 포럼과 세미나를 분기별로 개최, 보호무역 강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포스코를 비롯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보호무역주의를 타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일반재는 저가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포스코는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확대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포스코는 미국으로부터 61%에 달하는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4년 만에 1조원들 돌파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월드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가 주효한 것이다.

     

    현대제철도 초고장력 자동차강판을 개발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 세계 시장 확대를 도모한다. 동국제강 역시 이번에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컬러강판 럭스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수출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보호무역주의 극복을 위해 현지 진출에 나선 업체도 있다. 세아제강은 미국 휴스턴 강관공장을 인수해 현지에서 완성품을 생산, 시장 확대에 나선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비해 오랜 기간 이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현지에서 유정용강관(OCTG) 완성품이 생산되는 만큼 국내 업계가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 등 탈세계화에 따라 올해는 세계 각 국가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국내 업계는 고부가가치제품 개발, 현지 진출 등으로 보호무역주의 극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 큰 자동차업계, 관세 부활 '예의주시'

     

  • ▲ 자료 사진.ⓒ현대차
    ▲ 자료 사진.ⓒ현대차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교역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수요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랜드간 경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시점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자동차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한 바 있어 미국 수출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높다.

     

    현재 미국 수출 자동차 관세는 0%다. 반대로 미국산 차량의 수입 관세 역시 무관세다. 지난해 1~11월 자동차 수출 물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6.5%다.

     

    또 도널드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도 추진할 예정이어서 기아차의 북미 시장 진출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생산량의 80%를 미국 등에 수출할 계획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중심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 역시 하루 빨리 트럼프 행정부와 외교 및 통상 협력 라인을 구축해 국내 자동차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 
     
    영국 수출도 불안요소가 있다. 지난해 EU 탈퇴를 결정함에 따라 향후 영국과 별도의 FTA 협정이 요구된다. 영국은 유럽 지역의 최대 수출 대상 국가다. 지난해 1~11월 수출물량은 8만5857대다. 이는 동기간 아시아 전체 수출량(8만785대)보다 많은 수치다.
     
    따라서 자동차 업종 역시 민관 협력을 통한 전략적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제지업계, 공급 과잉 및 인쇄·신문용지 감소 대비해야

     

  • ▲ 자료 사진.ⓒ한솔제지
    ▲ 자료 사진.ⓒ한솔제지

     

    제지업계도 산업통산자원부(산업부)와 주요 수출국 수입규제 동향 및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1차 수입규제 협의회'를 개최해 철강, 섬유, 제지 등 주요 산업별 협회 임원들이 모여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이날 협의회를 통해 업종별로 분과회의를 신설하는 등 수입 규제 관련 사항을 집중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수입 규제 대응 메뉴얼을 제작해 올해 초 배포 예정이다. 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수입규제 조치가 확산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지업계의 경우 국내 시장의 공급 과잉, 인쇄·신문용지 감소 등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문용지, 백판지, 감열지 등의 품목이 해외 국가들의 규제 대상으로 지정돼 수출길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일례로 필리핀은 지난해 5월 신문용지에 대해 3년간 세이프가드 판정을 내렸다. 세이프가드는 품목의 수입량 증가로 자국 업체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수입 제한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한국 등에서 수입되는 백판지에 대해 지난 1월부터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유럽연합(EU)은 지난 11월 한국산 감열지에 대해 약 12%의 관세부과 예비판정을 내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