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간 크리에이티비티를 대체할까

'마케팅 버즈워드' 분석: 뉴로마케팅 편

이연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1.10 17:18:53

프로필 사진
  • 트위터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구글 북마크 
  • 네이트온 쪽지 
  •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편집자주] 현재 기술과 매체의 변화로 인해 마케팅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뉴데일리경제에서는 2017년부터 주1회 마케팅·광고 분야의 신조어나 유행어를 분석하고 독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마케팅 버즈워드] 칼럼을 연재합니다. 


자주 망각하긴 하지만, 우리 인간도 동물이다. 레이더와 초음파측정기와 같은 최첨단장비로 아무리 우리의 시야를 넓힌다 하더라도 그 정보를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곳은 우리의 머릿속이며, 온갖 이성적 판단을 주관하는 대뇌피질 안 깊은 곳엔 아직도 5억 년 전 형성 당시 모습을 지닌 ‘파충류의 뇌(뇌간)’가 자리를 잡고 우리의 이성적 판단을 집요하게 방해하면서 본능을 따르도록 유도한다. 뇌간은 호흡, 수면, 호르몬 등을 조절해 궁극적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루이지 갈바니가 신경이 일종의 전기신호로 작동한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과거 고귀하고 신비로운 것으로 여겼던 우리의 뇌신경작용은 자연현상의 하나로 ‘격하’됐다. 이후 신경현상에 대한 정보가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현대 신경과학이 탄생했다. 현재 신경과학은 16세기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이미 막대한 관측자료를 통해 행성운동의 법칙 3가지를 찾아내던 단계와 유사해 보인다. 케플러 사후에 태어난 아이작 뉴튼이 행성운동의 근본적 원리를 찾아낸 것처럼, 언젠가는 우리 인간들은 우리의 뇌가 작용하는 원리를 근본적으로 파악하게 될지도 모른다. 

‘응용신경과학’이라 볼 수 있는 뉴로마케팅은 때론 극히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의사결정과정을 신경과학을 통해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펩시콜라가 70년대부터 ‘펩시 챌린지’를 통해 ‘맛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있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펩시의 매출이 코카콜라를 앞섰다지만, 게토레이 등 비탄산부문의 선전 덕분이지 펩시콜라 자체의 매출은 여전히 코카콜라보다 못하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펩시콜라에서는 더 맛있다고 인정해주면서도 코카콜라 브랜드를 선호하는 ‘비이성적인’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으려 다방면으로 애썼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현대 뉴로마케팅의 시초로 삼는다. 

뉴로마케팅에서는 상품의 패키지나 광고문안 등이 인간 본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연구한다. 과거에는 이런 시도 상당부분이 추정 혹은 추측에 의해 이뤄졌다. 로고가 크면 잘 볼 것이다, 미인이나 아기, 동물이 나오면 주목 받을 것이다, 적절한 색깔을 이용해 보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식이었다. 과거 마케팅은 부족한 통계자료와 제작자의 크리에이티비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크리에이티비티는, 경험과 본능에 따라 도마뱀의 눈알과 개구리 발가락 등을 넣긴 하지만 도대체 왜 넣는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마녀의 약’ 같은 것이었다. 

▲2010년 칸 라이언즈 옥외부문 수상작 '그이가 운전할 땐 통화하지 마세요' 시리즈 중 한 편. 운전중 통화의 위험성을 이성적으로 알리는 대신 충격적인 시각효과로 감정과 본능에 호소한다. ⓒ칸라이언즈한국사무국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우리는 어떤 감각적 요소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원하는 반응을 유도하는지 측정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떤 요소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마저 구매하게 만드는지 알아낼 수 있게 됐다. 

아직까지 뉴로마케팅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뉴로마케팅을 위해 사용되는 안면인식, 안구추적, 음성분석, 거짓말탐지 등 기술은 현재 많이 상용화됐다지만, 뇌파측정, MRI와 같이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술은 여전히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기술발전과 정보축적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방대한 연구조사 없이 뉴로마케팅을 실행하게 해줄 ‘매뉴얼’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앞으로 멋진 크리에이티비티를 만들어내는데 인간이 필요 없게 될까? 방대한 신경과학 자료를 보유한 인공지능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패러디 될 멋진 광고문안과 그래픽을 만들어낼까? 인간은 그저 컴퓨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지시하는 잡일만 하는 신세, 인공지능 마케터가 의도한 물건을 사주는 소비자로 전락하게 될까? 전세계 많은 광고대행사들이 이를 우려하고 그렇게 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 뇌의 시냅스 수는 10의 1,000,000 승 개이며, 이를 조합하면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슈퍼컴퓨터를 작동해도 풀어낼 수 없는 경우의 수라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도 한 동안은 도마뱀의 눈알과 개구리 발가락과도 같은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가 필요할 것 같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 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맨 위로



이재용 33차 공판…"특검, 압력과 청탁 VS 삼성, 정당한 절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특검과 삼성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3차 공판 역시 합병을 놓고 청와대의 개입과 부정한 청탁 여부가 집중 다뤄질 전망이다.특검은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이라 판단하고… [2017-06-27 06:49:52] new
네이버, 댓글 품질 개선 박차…"실명제 도입 보다 '신사적' 규제"
네이버가 '공감 비율 순 정렬-댓글 접기 요청'을 통해 악플은 줄이고 신뢰도 높은 댓글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는 한편, 실명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고려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댓글 청정구역 조성을 위해 실명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사용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네이버는 신사적인 방법으로… [2017-06-27 06:36:59] new
LGU+, 임직원 사기 충전 프로젝트…'즐거운 직장' 확대 '눈길'
최근 새정부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20%→25%)을 골자로한 통신비 인하 정책을 발표하며 이통사들의 '허리띠 졸라메기'가 불가피한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즐거운 직장' 프로그램을 확대·운영해 눈길을 끌고있다.맞춤 여행 자문 프로그램은 물론, 게임 대회를… [2017-06-27 06:34:25] new
정유업계, 석유 수입 다변화 불구 중동 의존도 오히려 높아져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이란산 원유 수입은 제동이 걸리며 주춤했다.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5월 국내 원유수입 물량은 총 9265만 배럴로 전년동월 대비 5.82% 증가했다.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7969만90… [2017-06-27 06:32:45] new
"경유, 미세먼지 '주범' 아니다"… 정부 연구결과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적했던 경유(diesel)가 누명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유 사용제한 등으로 얻을 수 있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크지 않았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연구용역이 마무리… [2017-06-27 06:26:53] new
 

포토뉴스

0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