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박 시장 성동구청 신년인사회서 "조만간 이전 계획 등 발표"빌려쓰는 삼표, 대체부지 마련 어려운데 공장 이전 압박에 '울상'
  • ▲ 삼표 성수공장 전경.ⓒ삼표그룹
    ▲ 삼표 성수공장 전경.ⓒ삼표그룹



    삼표의 성수공장이 새해부터 이전 압박을 받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성동구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성수공장 이전에 대해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부지의 대부분을 현대제철이 소유하고 있어 삼표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성수공장을 운영 중이다.

    성수공장은 지난 1977년부터 성수동 2만8873㎡ 규모의 부지에 건설돼 현재까지 가동 중이다. 해당 공장은 강남권과 강북권의 경계인 성수대교 북단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및 수도권 레미콘 수급의 요충지다.

    현재 삼표는 성수공장을 임대 형식으로 빌려쓰고 있다. 현대제철이 토지의 약 90%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10% 정도는 국·공유지로 구분돼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수공장 이전 압박은 지난해 1월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박원순 시장은 성동구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임기 내 성수공장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삼표에 압박을 가했다. 서울시는 2015년 말부터 현대차그룹과 삼표 성수공장 이전을 놓고 협의를 벌여왔다. 하지만 약 1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계획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성수공장 이전을 위해서는 실제 공장을 운영 중인 삼표의 대체부지 마련이 관건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서울 시내는 물론 수도권 내 대체 공장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즉, 삼표가 대안도 없이 해당 지역에서 쫓겨날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박 시장이 재차 성동구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조만간 철거 계획 등을 발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며 삼표를 다시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박 시장은 "현재 협의 중이며, 철거 계획 및 이후 해당 부지의 사업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이라며, 올해 성수공장 이전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재 서울시는 현대차그룹 측과 해당 사안에 대해 협의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초 현대차그룹 측과 협의를 진행하면서 성수공장 이전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실질적인 공장 운영자인 삼표의 대체 부지 마련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공장 이전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삼표그룹 측은 임대 형식으로 해당 부지를 빌려 쓰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자사는 서울시와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서울시가 성수공장 관련 사안을 놓고 협상을 한다면 부지 소유자인 현대제철이나 현대차그룹 등이 실질적인 협상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수공장의 관할인 성동구청도 아직까지 별도의 진행 상황을 서울시로부터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구청에 별도로 진행 상황을 통보하고 있지 않다. 자세한 것은 서울시 재생본부 공공개발센터에 문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최근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오는 5월로 예상되는 대선까지 성수공장 이전을 놓고 강도 높은 압박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성수공장 이전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박 시장이 실제 대선에 나설 경우 올 상반기 전에 이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며 "사실상 삼표가 성수공장을 이전해야할 의무는 없음에도 정치적 행보에 맞물려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대제철과 서울시의 합의가 이뤄져 공장 이전이 불가피할 경우 사실상 수도권 내 대체 공장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서울시 측은 현대차그룹 측과 지속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현대제철이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고, 공장 외각의 소수 부지가 국·공유지"라며 "현대차그룹 측이 공장 이전에 대해 공감한 상황에서 현대제철과 삼표 측이 어느정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시에서도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