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산책] 영국 채널4의 리우 장애인 올림픽 광고Blink Productions / 4creative 제작/대행 '우리는 슈퍼휴먼'


영국의 공영방송 채널4(Channel 4)는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의 단골 수상자다.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 광고 필름 ‘슈퍼휴먼을 만나라(Meet the Superhumans)’로 이듬해 칸 라이언즈 필름 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 필름 부문 금상 등을 수상했던 채널4가 2016년 유로베스트에서 필름, 필름 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이번엔 2016년 리우 장애인올림픽 광고다. 

언뜻 이 필름은 60년대 스윙 음악인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의 히트곡 ‘예스 아이 캔(Yes I Can)’ 뮤직비디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140명의 진짜 장애인들을 등장시킨 ‘최신작’이다. 영상의 완성도가 뛰어나 장애인들의 모습이 별로 낯설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웬만한 ‘일반인’들의 모습보다 더 경쾌하고 신난다. 

현대인들 대개가 장애인들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외모나 능력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볼 때 항상 동정이나 연민, 불안, 슬픔과 같이 다소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우리의 지성은 그들을 동등하게 대하라고 권하지만 우리의 본능은 지속적으로 이를 거부한다. 감동적인 장애인 올림픽의 시청률이 좀체로 높아지지 않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다. 

사실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신체 일부가 훼손된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는 버려지기 일쑤였으며, 사냥이나 전투 중 불구가 된 남자는 설사 살아남는다 해도 영웅보다는 괴물로 간주됐다. 진화심리학은 생명력 있는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간주하는 우리 본능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속 영웅적 행위를 칭송하는 현대인들에겐 잔인한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수렵하며 떠돌던 구석기 시대, 장애인이나 외상환자는 그 집단에게 크나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오래 살지 확실하지도 않은 한 ‘죽어가는 사람’ 때문에 집단 전체가 위험에 처하는 일이 빈번했을 것이다. 그러니 ‘라이언 일병’을 구한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닌 습득되거나 심지어 ‘강요된’ 지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강요된 지식이 과연 인간본능을 이길 수 있을까? 과학은 계속해서 인간이 얼마나 동물적이고 비이성적인지 확인시켜주기만 한다. 과학과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의 마음만큼은 여전히 라이언 일병을 사지에 버려두고 줄행랑 친다. 

채널4의 2012년, 2016년 ‘슈퍼휴먼’ 필름 광고는 이런 인간 본성에 ‘설교’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장애인들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우리의 뇌를 교란시킨다. 장애인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강하고 더 즐겁고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흥겨운 음악과 편집을 통해 좀 더 이성적인 전두엽 대신, 보다 본능에 가까운 후두엽과 측두엽에 호소했다. 이런 콘텐트는 우리 뇌가 장애인을 목격했을 때 느끼던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대체하는데 분명 기여할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장애인을 회피하려는 '본능'을, 아름답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는 '본능'으로 격퇴시켜 장애인에 대한 본능적 반응을 바꾼다면, 궁극적으로 채널4의 장애인 올림픽 시청률도 올라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