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풀-하이얼' 등 국내 가전업체 경계 강화"제한된 설명에 불친절한 응대까지…모방은 혁신의 장애물"
  •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연상시키는 월풀의 냉장고.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연상시키는 월풀의 냉장고.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윤진우 기자] "한국인이 들어오면 경계의 눈빛으로 바뀐다. 설명은 제한적이고 응대는 불친절하다. 카메라를 꺼내면 득달같이 달려와 저지하고 나갈때까지 표적이 된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에 참가한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주방가전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그는 "제품 카피 등 다양한 이유로 경쟁사 직원을 경계할 수 있다"면서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지며 경쟁사들의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북미시장 선두를 다투는 월풀과 하이얼의 경우 제한된 설명과 불친절한 응대로 불만이 높은 상태다.

    삼성전자에 미국 가전시장 선두자리를 빼앗긴 월풀의 경계는 특히 심하다.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해온 월풀은 지난해 4분기 냉장고, 세탁기, 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메이저 가전에서 2위로 밀려났다. 3위인 LG전자와의 점유율 차이도 1%p에 불과해 2위도 장담할 수 없다.

    월풀과 국내 전자업체의 악연은 2011년 한국산 세탁기 반덤핑 관세 문제로 시작됐다. 국내 업체의 가격 경쟁력에 위기를 느낀 월풀이 미 상무부에 반덩핌 관세 문제를 제기했으나 WTO가 한국 업체의 손을 들어주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월풀은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생산된 한국세탁기에 동일한 문제를 제기하며 악연은 이어져 오고 있다.

    미국 가전점유율 4위 GE의 가전 부문을 인수한 중국 하이얼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 냉장고, LG전자의 트윈워시 세탁기를 연상시키는 제품을 내세운 하이얼은 패스트 팔로어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다만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사용자 경험(UX), 인터페이스(UI)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내 전자업체 고위급 임원은 이에 대해 "당연한 반응이지만 안타깝다"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결국은 혁신에 장애물이 된다. 조금 늦더라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제품과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음성인식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IoT 허브 기능을 적극 탑재하며 스마트홈 구축에 집중했다. 사용 편의성과 연결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하이얼 스마트 냉장고.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하이얼 스마트 냉장고.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