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정책방향 예의주시, 멕시코 생산계획은 그대로"전문가 "트럼프의 미국공장 추가 요구 가능성 있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기아자동차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기아자동차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지난해 멕시코공장을 가동한 기아차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가 자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 GM에 이어 외국 기업인 토요타에까지 '국경세(border tax)'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GM의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소형차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을 하는 한편, 멕시코 공장 설립을 추진하던 포드의 계획도 백지화했다. 심지어 일본 토요타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외국기업에까지 트럼프의 압박이 가해지면서 멕시코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며 향후 외국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올해 신형 리오 투입 등 멕시코 공장 가동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1조원을 투자해 멕시코 공장을 완공한 바 있다. 이곳은 생산량의 80%를 북미를 중심으로 주변국에 수출하기 위해 전략거점으로 조성됐다. 현재 생산 차종은 준중형 세단인 포르테(국내명 K3)다. 여기에 올해 신형 리오(프라이드)가 추가된다.


    두 차량은 멕시코의 낮은 인건비와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비관세 혜택을 이용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투입이 결정된 모델이다. 실제로 기아차는 생산량의 60%를 북미에, 20%는 중남미, 나머지 20%는 멕시코 현지에서 소화할 계획이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공언한 데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추진할 경우 기아차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다만 당장 트럼프의 압박이 공장 계획을 막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포드나 토요타와 달리 기아차는 이미 멕시코 공장을 설립한 만큼 트럼프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멕시코에는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인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공장도 있어 자칫 자국에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전경.ⓒ기아차
    ▲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전경.ⓒ기아차


    트럼프 리스크의 현실화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향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 기업들에도 미국 내에 공장 증설이나 추가 요구가 올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의 정책방향을 실시간으로 유의 깊게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멕시코에 미국 3대 자동차 회사가 공장을 운영 중이어서 기아차 역시 타격을 피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며 "다만 트럼프의 경제 정책 방향은 예측불가능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트럼프 당선인의 현재 의도는 외국에 공장을 세우려는 기업의 계획을 철회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이미 지어진 공장을 철수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 자동차 업계의 인건비가 오름세이고 단순 조립뿐 아니라 부품 수급 문제 등도 걸려 있어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지속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트럼프 리스크는 가전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멕시코에 공장을 운영 중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미국시장은 우리가 앞으로 지속해서 사업해야 하는 지역"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맞춰 삼성전자 역시 전략을 짜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미국 생산은 오래 된 고민"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미국 로컬 생산에 혜택을 주겠다고 나선 점 등을 고려해 올 상반기 중 공장설립에 대한 결정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