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8년 입주예정물량 78만가구… 단기물량 90년 이후 최대전문가 "역전세난‧입주대란 보다 전세값 소폭상승 가능성 높아"
  •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정부의 잇단 부동산규제와 금리인상, 게다가 탄핵정국에 대선까지….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반면, 한쪽에선 입주폭탄에 따른 역전세난으로 매매가와 전세값이 동시에 하락하는 동조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문가 의견도 있다.

    하지만 올해가 전세값이 상승하는 '홀수해'인데다 서울의 경우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도 무시할 수 없어 오히려 전세값이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선 '역전세난'이란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세입자가 집을 구하지 못하는 전세난과 달리 역전세난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도리어 집주인이 세입자를 못 구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일례로 2008년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재건축(엘르‧리센츠‧파크리오) 입주 당시 1만5000여가구가 한 번에 공급돼 입주대란을 빚은 적 있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는 '깡통전세'란 말이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심지어 전세값이 뚝 떨어지면서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집주인들이 대출을 받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올해 역시 예정된 입주물량이 한 번에 몰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입주예정물량은 사상 최대치인 37만가구. 내년까지 78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년 단기물량으로는 1990년 이후 최대치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잇따른 규제책과 함께 미국이 지난해 말 금리인상을 결정하면서 국내 금리인상까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매매가와 전세값 하락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쉽게 말해 입주물량 증가→역전세난→전세값 하락→급매물 증가→매매가 하락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불안심리는 여론조사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부동산114가 전국 성인남녀 912명을 대상으로 '2017년 상반기 주택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전세값이 하락할 것이란 응답률은 전체 15.6%로 직전조사 때 보다 7.2%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전세값 상승 응답률은 44.6%로 직전조사 대비 11.6%포인트 줄었다. 그 이유로 응답자들은 '입주물량 및 미분양 증가(44.0%)', '매매가 하락으로 인한 전셋값 조정(26.5%)' 등을 꼽았다.

    전세값 하락 전망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상승 응답이 두 배 이상 많다. 전문가들 역시 서울 전세값이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7000여 가구로, 직전 년 대비 고작 3000가구 가량 많은 수준이다. 따라서 '소화불량'을 우려하는 것은 과하단 지적이다.

    미분양물량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견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5만7582가구로, 이중 서울물량은 268가구에 불과하다.

    경기도 민분양아파트 1만4396가구‧충남 9073가구‧경북 7266가구와 비교하면 1000만 인구가 사는 서울에 미분양 268가구는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란 설명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는 2년 단위로 전세값이 큰 폭으로 오르는 홀수해이고, 재건축 이주수요도 있기 때문에 봄 이사철까지는 전세값 변동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지적으로 가격조정은 있겠지만 역전세난이나 입주대란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홀수해 법칙이란 2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지는 전세시장에서 이사수요가 많은 홀수해 전세값이 짝수해 보다 크게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당초 1990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세시장은 짝수해에 크게 올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이듬해인 2009년 전세계약이 크게 늘면서 홀수해로 전환됐다.

    실제 최근 5년간 전세값 상승률을 살펴보면 2012년‧2014년‧2016년 전셋값은 각각 3.44%‧7.73%‧3.81% 오르는데 그친 반면, 홀수해인 2013년과 2015년에는 무려 12.4%‧13.3%씩 오르면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입주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매매가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승이 제한적"이라면서도 "2년 단위로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는 홀수해인 만큼 크진 않더라도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강남3구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일몰을 앞두고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는 조합들이 늘면서 1만가구 이상의 이주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구까지 더할 경우 재건축에 따른 멸실물량은 1만5000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추측된다.

    올해 이주가 유력한 아파트로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5040가구 △개포주공4단지 2840가구 △청담삼익아파트 888가구 △서초구 서초무지개아파트 1074가구 △강동구 둔촌주공 5930가구 △둔촌동 신동아아파트 800가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기존 생활권인 강남권에 전세를 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올해 강남3구 입주물량이 4156가구에 불과해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전세값이 강보합세를 이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재건축사업 가속과 시기집중은 대규모 이주수요를 유발해 전세값 급등요인으로 자주 지적됐다"며 "전세난을 미연에 방지하고 기존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늦추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