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혐의 관련 명확한 증거 없는 만큼, 구속수사 신중 검토돼야'도주-증거인멸' 가능성 희박한 글로벌 기업 총수 구속은 명백한 '표적수사' 비난도
  •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 조사를 위해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 ⓒ뉴데일리DB
    ▲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 조사를 위해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 ⓒ뉴데일리DB


    재계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만큼 구속수사의 경우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오는 18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국가경제를 생각했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우선이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삼성이 지원한 430억원 모두를 대가성 있는 뇌물로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빼돌려 지원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다만 수뇌부 공백에 대한 비난을 의식해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에 대한 영장은 청구하지 않았다.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라는 초강수를 두자 재계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도주 및 증거인멸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 총수를 구속하는 건 명백한 표적수사라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내외 경제 상황을 들어 유감을 표했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 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며 사법부가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수사를 진행하길 희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엄정한 수사를 하되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본연의 역할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사건이 그동안 법원이 강조해온 사건의 중대성과 소명 정도에 크게 못 미치며,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대가성 역시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영장실질심사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행한다. 영장심사에서는 구속영장을 통과시키기 위한 특검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삼성 한 관계자는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