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이화학당 '총장후보 추천 규정' 확정, 구성원 '날치기 통과' 반발
  • ▲ 이화여대 제16대 총장 선출을 직선제로 실시하기로 확정됐지만 선거권자 투표 비율을 놓고 학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DB
    ▲ 이화여대 제16대 총장 선출을 직선제로 실시하기로 확정됐지만 선거권자 투표 비율을 놓고 학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DB


    이화여자대학교 신임 총장 선출과 관련해, 또다시 학내 잡음이 일고 있다. 130년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인 총장이 입학 특혜 의혹 등으로 중도 사퇴하면서 이화여대는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구성원은 직선제를 통한 총장 선출을 요구하면서, 이대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인이 조율 없이 선거권자 비율 등이 담긴 총장 선출안을 확정하면서 학생, 직원 등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18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지난 16일 열린 이화학당 이사회 회의에서는 '제16대 총장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을 통과시키면서 직선제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고 선거권자 및 비율은 △전임교원(교수) 82.6% △직원 9.9% △학부생 및 대학원생 5% △동창 2.5%로 결정했다.

    당시 회의에서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은 "많은 대학이 직선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하지 않는 이유는 그 폐해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해 (이화여대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할 때 구성원 의견을 받아들여 직선제를 실시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총장 추천 규정을 보면 만 65세 정년에 이르지 않은 이화여대 교원에 한해 이대 총장 후보 자격을 부여하고 학내 선거관리위원회는 교직원, 학생, 동창 등 11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또한 후보자 등록 시 △자기소개서 △학교 발전에 대한 소견 △20~24명 추천서 △최근 5년간 연구업적목록 등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입후보자 등록공고일 후 15~40일 이내에 총장 선거를 실시하고, 소견발표 및 정책토론회 실시 후 투표를 통해 1·2위 득표자를 순위 표기 없이 이사회에 추천한 뒤 이화여대 총장을 선출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7월 교육부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선정에 따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놓고 이화여대 학생들은 서울 서대문구 이대 본관을 점거하며 사업 참여 철회 및 총장 퇴진 등을 요구했다.

    학생들 반발에 이화여대는 평단 사업 철회를 결정했지만 당시 최경희 총장은 '대화에 나서겠다'며 총장직 유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최순실씨(61·개명 후 최서연) 딸 정유라씨(21·개명 전 정유연)의 부정 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0월 중도 퇴임했다.

    이화여대 역대 총장 가운데 임기 중 사퇴는 최경희 전 총장이 처음이었고, 송덕수 이대 부총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3개월간 이화여대 총장 자리는 공석 상태를 유지됐고, 이대 교수평의회는 최근 회의를 통해 총장 직선제 선거 실시 등에 관한 규정을 의결해 이를 이사회에 권고했다.

    1996년 총장직선제를 폐지했던 이화여대는 그동안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 1명을 선출, 이사회에서 최종 임명하는 간선제를 실시해왔다.

    21년 만에 학내 구성원이 원하는 직선제가 부활했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총장 선출과 관련해 교수, 직원, 학생 투표 비율을 1:1:1로 하자는 의견을 이사회에서는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3일 진행된 학생, 직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법인 간담회가 진행됐고 이대 구성원은 이후 최종안을 제시하려고 했지만 이사회가 '날치기 통과'로 확정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화여대 노조 관계자는 "(총장 선출 규정에) 동창까지 들어오면서 조정이 됐는데 이 같은 내용으로 확정되는 것은 전혀 몰랐다. 법인이 최종 총장 선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통과 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차근차근 준비했으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논의 과정 없었다. 학교가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 진행됐으면 했는데 현재 상황에 화가 날 정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 총학생회 측은 "이사회에서 가결된 총장 선출안은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동등하게 반영하지 않겠다는 선언하고 있다. 교수 외 구성원은 상징적 참여에 불과하다"며 거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화학당 이사회 회의에서는 총장 후보 추천까지 4주일가량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대 졸업식·입학식을 고려하면 내달께 새 총장이 선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

    만약 총장 선거를 통해 이화여대 새 수장을 선출한다면 늦어도 올해 2월 초에 후보자 등록 공고가 이뤄져야, 내달 24일 진행되는 2017학년도 입학식에 제16대 이대 총장이 참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 의견이 사실상 거부됐고, 학내 반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화여대 새 총장이 학내 행사 개최 전 선출될지는 미지수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총장 선출안이 확정된 것이지만 일정은 다시 논의할 거 같다. 이사회가 결정한 사항이기에 걱정이 되고 있다. 올해 2월에 새총장이 선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구성원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