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포기시 현금흐름 악화될 우려입주전담팀 구성·금융서비스 지원
  • 이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오산세교 호반베르디움' 현장. ⓒ호반건설
    ▲ 이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오산세교 호반베르디움' 현장. ⓒ호반건설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건설사들도 '입주전쟁'을 위한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입주관리 전담팀을 꾸리는가하면 입주자 눈길을 끌 수 있는 마케팅전략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주택시장 활황기에 쏟아낸 물량들이 '입주폭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입주예정 아파트는 모두 37만가구로, 2008년 32만가구 이후 9년만에 30만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신도시개발 등으로 주택건설 붐이 일었던 1990년대 중반과 비슷한 수준이다.

    심지어 내년에는 입주예정 아파트가 42만가구로 더 들어난다. 올해부터 2년간 재고아파트(2015년 기준 980만가구)의 10%에 가까운 80만가구가 새로 들어서는 셈이다.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가 아파트 공급과잉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보는 적정 공급량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분석한 '2013~2022년 장기주택종합계획'을 보면 국내에 매년 공급돼야 할 주택 규모는 연간 39만가구 수준이다.

    매년 집을 찾는 가구가 30만가구이고, 약 9만가구가 재개발 등으로 허물어져 없어지기 때문에 이 정도는 공급돼야 주택수급이 맞아 시장이 안정된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정부는 주택경기 등에 따라 5만가구가량이 더 필요하거나 적어도 될 것으로 봤다. 연간 신규주택 수요를 34만~44만가구로 넓게 본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입주물량이 신규주택 수요범위에 들었다. 2013~2016년 연 평균 입주주택은 44만가구였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집값 하락과 역전세난 등으로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입주자들의 불만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입주물량이 연 평균 약 33만가구 가량 쏟아졌을 때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2~3배가량 증가했으며, 할인분양과 이에 따른 반발로 기존계약자들의 입주거부나 청약경쟁 미달 등이 속출했다.

    2008년 하반기에는 서울 강남에서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당시 단기간에 1만가구 이상 입주를 진행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역전세난이 발생, 전셋값이 1년새 18.2%나 하락한 바 있다.

    때문에 건설가들도 입주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연초부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008년 당시 입주 포기사태가 속출하면서 자금난에 직면한 경험이 있는 건설사들로서는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분양가의 30%를 차지하는 잔금이 제 때 납부되지 않으면 건설사들은 이익은커녕 조달한 사업비에 대한 금융비용이 크게 증가해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밀어내기식으로 분양물량을 쏟아낸 건설사의 경우 현금흐름이 아예 막혀버릴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잔금이 제 때 들어와야 건설사들의 현금흐름도 악화되지 않는다"며 "지난해 분양물량을 쏟아낸 건설사들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입주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에는 건설사가 나서서 잔금대출을 주선해주거나 연체이자요율 조정 등을 진행하는 등 금융 관련 서비스에만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더욱 적극적으로 입주를 독려하는 방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작게는 입주민들에게 사은품을 제공하거나 입주민 대상 무료 강좌를 실시하는가하면 입주 진행 관련 인력을 보강하고 정기 회의체 도입 등도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2만3000가구로 가장 많은 입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어 △GS건설 2만2517가구 △대우건설 2만가구 △대림산업 1만7971가구 △포스코건설 1만1513가구 등의 순으로 입주물량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호반건설 측은 "입주를 앞둔 단지 대부분이 인기가 높았던 수도권 단지라서 차질 없이 입주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대단지의 경우 입주민에게 예민한 분양가대비 시세와 프리미엄 시세 등락을 매주 체크해 그에 맞는 입주대책을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은 입주 관련 업무를 주로 서울 대치동과 부산 연산동에 마련된 자이갤러리에서 담당했지만, 추가로 김포 풍무지구와 화성 동탄에도 입주지원 사무소를 개소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입주 전담 파트를 추가로 신설하고 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물론, CS(고객만족) 관련 인력을 추가로 늘려 입주민의 불만을 최소화 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2015년부터 입주 리스크 평가모형을 만들어 입주 6개월 전부터 입주 리스크를 관리하고, 입주관리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전략사업지 중심으로 신규분양물량을 공급했고, 사전 리스크 관리도 해왔지만 올해는 공급량이 특히 많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입주서비스 강화를 위해 고객센터를 올 들어 크게 보강했다. 올해 입주를 통해 마무리되는 매출이 5조원을 상회하다보니 입주율에 올해 주택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양가보다 더 내려간 가격의 물건이 나오는 곳 등은 선제적으로 중개업소를 연계해준다거나 전세 세입자를 구해주는 등의 마케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 등 세 곳에 우선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