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조원 라면 시장서 건면(비유탕면) 규모 10% 내외2016년 784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24.5% 성장농심 10종, 풀무원 9종 건면 제품 선보이며 시장 선점 경쟁 치열
  • ▲ 농심 건면 제품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얼큰장칼국수, 둥지냉면, 멸치칼국수, 떡국면. ⓒ농심
    ▲ 농심 건면 제품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얼큰장칼국수, 둥지냉면, 멸치칼국수, 떡국면. ⓒ농심

    이탈리아의 파스타와 한국과 중국의 소면, 베트남의 쌀국수처럼 기름에 튀기지 않고 건조시킨 '건면'이 라면업계의 핫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먼 2조원에 달하는 국내 라면 시장에서 건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건강식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의 확산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닐슨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건면(비유탕면)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630억원에서 2016년 784억원으로 24.5% 성장했다.

    이에 국내 1위 라면업체인 농심과 '건면'을 주력제품으로 내세운 풀무원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건면은 밀가루나 쌀가루를 반죽해 만든 생면을 건조시켜 장기 보관이 가능하도록 만든 형태다. 과거 자연건조로 건면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기계를 이용해 온도와 습도를 조정한 인공건조 방법을 쓴다. 

    국내 1위 라면 업체 농심은 건면 전문 생산라인을 갖춘 녹산공장에서 다양한 건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1997년 '멸치칼국수'를 시작으로 얼큰 장칼국수, 둥지냉면, 멸치칼국수, 야채라면, 쌀짜장면·짬뽕,떡국면, 콩나물뚝배기 등 총 10종의 건면 제품을 선보였다.

    이 중 '둥지냉면'의 네스팅(Nesting) 공법은 이탈리아의 건면 파스타 제조기술과 농심의 라면 제조 노하우를 접목한 것으로 유명하다. 네스팅 공법은 냉면 특성상 건면 형태로 만들기 어려운 점을 극복한 것으로 면발을 새 둥지처럼 말아 바람에 그대로 말려 냉면 특유의 쫄깃한 맛을 살리고 편리하게 조리할 수 있다. 

    농심 측은 "전체 라면 시장에서 건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0%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틈새 시장이자 미래 시장으로 보고 건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 ▲ 풀무원 건면 제품. (왼쪽부터)자연은맛있다 꽃게짬뽕, 통영굴짬뽕, 직화짜장. ⓒ풀무원
    ▲ 풀무원 건면 제품. (왼쪽부터)자연은맛있다 꽃게짬뽕, 통영굴짬뽕, 직화짜장. ⓒ풀무원


    풀무원은 지난 2011년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 '자연은 맛있다'를 출시하고 도전장을 냈다.

    '자연은 맛있다'는 갓 뽑은 생면을 '바람건조공법'으로 고온에서 단시간에 건조시킨 제품이다. 스프에는 합성착향료, D-소르비톨 등 기존의 7가지 화학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표고버섯, 무, 양파, 마늘, 고추, 생강 등으로 맛을 냈다.

    칼로리가 일반 라면보다 100Kcal 이상 낮고 기름은 90% 이상 적다. 일반 라면보다 개당 20% 이상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늘면서 '건면'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확인시켰다. 지난해 풀무원의 건면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100억원 이상 신장했다.

    풀무원은 2011년부터 건면사업부를 별도로 운영하며 건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풀무원은 꽃게짬뽕, 육개장 칼국수, 통영 굴짬뽕, 직화짜장 등 총 9종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육개장 칼국수'는 출시 8개월만에 건면 제품 최초로 전국 라면 판매 순위 톱10에 진입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건면 시장 전체 파이가 매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육개장칼국수처럼 기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만 라면시장에는 없는 제품을 발굴하고 개발해 건면 제품으로 선보이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전했다.

    오뚜기나 팔도, 삼양라면 등 다른 라면 업체에서는 아직 건면 제품을 내놓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웰빙 트렌드와 더불어 건강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건면이 글로벌 식품업계의 유행을 이끄는 새로운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건면은 유탕면에 비해 말리는 시간이 더 필요해 대량생산에 불리하고 건면에 맞는 스프와 조리법을 새로 개발해야 하는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면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과 더 맛있는 음식을 향한 인류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건면 시장의 성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세계적으로도 건면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15년 세계 면 시장 규모는 약 460억 달러(54조9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글로벌 면류 시장에서 가장 전망이 밝은 품목은 '건면 파스타'다.

    건면 파스타 시장 규모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6.8%로 면류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인스턴트 면류(4.9%)보다 큰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웰빙 트렌드와 국가 간 활발한 식문화 교류로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식 파스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중국에 출시 된 건면 파스타 제품이 전체 면류 신제품의 47%를 차지했다. 

    미국의 경우 최근 3년여간 ‘No’ ‘Reduced’ ‘Low’를 키워드로 내세운 식품 마케팅 활동이 활발한데 지방 함량을 줄인 식품은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 5위 라면 소비 국가인 베트남에서도 밀이나 쌀을 원재료로 한 튀기지 않은 면류 제품의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라면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도 건면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60년대부터 기름에 튀기지 않고 열풍으로 건조한 면을 개발했다. 건면의 등장으로 건조 기술이 점점 발전하는 데 맞춰 건면에 어울리는 액상스프와 포장재, 설비까지 개발했다.

    일본 즉석식품인정협회가 2013년 1~8월 일본 라면 시장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 조사 기간 동안 일본에서 소비된 봉지라면 총 10억3678만개 중 39%인 4억1345만개가 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한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