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유동성 확보 일환… 높은 부채·낮은 영업성과 '발목'경남기업·삼부토건 등 매물 넘쳐… "인수 적격자 많지 않아"
  • ▲ 대전 대덕구 소재 '금강 로하스 엘크루' 현장. ⓒ대우조선해양건설
    ▲ 대전 대덕구 소재 '금강 로하스 엘크루' 현장. ⓒ대우조선해양건설


    시공능력평가 50위의 대우조선해양건설이 M&A시장 매물로 나온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재무 건전성이나 영업성과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미 M&A시장에는 중견건설사 매물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조만간 대우조선해양건설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최근 매각자문사로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를 선정했고, 올 상반기 중으로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1969년 세림개발사업이라는 상호로 설립됐다. 1989년 진로그룹에 인수된 뒤 2000년 분할돼 설립됐다. 이후 2005년 대우조선해양이 인수하며 대우조선해양건설로 사명을 바꿨다. 2015년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99.18%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매각은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5년 수조원대 손실로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본업인 조선업과 관련이 없는 모든 계열 및 자산을 매각 대상에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10월 마련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은 대우망갈리아 등 해외 자회사는 물론,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국내 비핵심 자회사 등을 매각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 본사 사옥과 마곡 부지 일부, 골프장 운영사 에프엘씨, 선박 설계회사 디섹 등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건설 역시 매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건설 매각을 서둘러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선업과 건설업의 동반 부진으로 대우건설조선해양도 재무 부실과 수익성 약화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기준 매출은 4895억원으로, 전년(5791억원)에 비해 15.4% 줄어들었으며 영업손실 310억원, 당기순손실 510억원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부채비율은 2762%에 달하며 자본잠식률도 87.4%다.

    지난해 상황은 그나마 낫다. 대우조선해양 연결 기준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해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부채도 작년 말 2952억원에서 2386억원으로 19.1%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나마 개선된 영업이익(174억원, 이하 3분기 누계 기준)도 시평 순위(50위)가 더 낮은 서브원(1063억원·시평 51위), 서한(600억원·52위)보다도 낮은 수준인데다 부채도 2300억원대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이처럼 재무성과와 영업성과가 부진한 것은 내부 일감이 고갈된 탓이 가장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인수 당시 도크 확장, 신규 조선소 설립 등 해양토목건축 물량을 통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해양토목건축 부문 일감을 대우조선해양건설 측에 공격적으로 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에 따른 조선업 침체로 부진의 늪에 빠지자 동반침체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황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외부 일감 찾기마저 어려워졌다. 해양토목건축에 강점을 지닌 업체였다는 점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지난해 그나마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주택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면서 분양사업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 브랜드 '엘크루(ELCRU)'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주거시설 등 건축 부문의 매출액 비중을 2015년 71.5%, 2016년 75.4%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문제는 올해는 이 마저도 쉽지 않아보인다는 점이다. 그간 과잉공급에 따른 입주 폭탄과 금리 인상 우려 등의 경고음을 울려댔던 국내 주택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영업성과를 맡아온 국내 주택 부문마저 불확실성 확산되면서 매각 성사 가능성을 더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지난해 쏟아지는 건설 매물로 매각일정을 올해로 미뤘던 중견건설사들의 매각도 재개된다는 점이다. 비슷한 규모의 매물이 많아질 경우 성사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각각 지난해 두 차례 매각이 무산된 경남기업(시평 35위)과 삼부토건(53위)이 매각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은 매각을 염두에 둔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자회사인 수완에너지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채권변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경남기업 측은 "수완에너지 매각와 채권변제가 순조롭게 진행돼 인수자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며 "몸집을 줄이면 M&A 성공 가능성이 높아 올해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부토건은 채권변제를 끝내고, 자회사인 삼부건설공업도 KCC그룹 계열사에 넘기면서 재매각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지난해 르네상스호텔 매각 성공에 이어 헌인마을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활기를 띠고 있어 향후 매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매각이 불발된 여파로 잠시 매각절차가 멈췄지만, 몸집을 줄인 만큼 우량 인수자가 나타나면 재입찰 공고를 통해 연내 반드시 M&A를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공급 과잉, 해외건설 및 국내 SOC 수주 물량 감소, 금리 인상과 국내외 정세 등 건설경기 안팎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선뜻 M&A에 나설 인수 적격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가치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슷한 수준의 건설사 매물이 많아지면 매각 성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대우조선해양건설 매각을 시작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다른 자회사 매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산업은행 측은 "이번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비롯해 경영정상화 방안에 포함된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매각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