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탈퇴 강행, 한미FTA 재협상 우려 NAFTA 재협정 때 현대기아차 '직격탄'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라 세계 무역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했고 곧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최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는 TPP 탈퇴에 서명 직후 "방금 미국 근로자들을 위한 위대한 일을 했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 빠른 속도로 시동을 걸면서 당장 우리나라를 향한 통상·외교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한미FTA를 콕 집어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한미FTA 재협상? 글쎄…대미흑자 감소는 확실시
 
우리 정부는 한미 고위급 접촉을 통한 통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인호 통상차관보를 미국으로 보내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또 우태희 2차관도 각국에 파견된 상무관들과 무역협회서 간담회를 연뒤 오는 25일에는 주한미국 상공회의서소 조찬간담회를 열고 우리 정부 입장을 상세히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지는 않다. 미국이 어느 채널을 통해서도 이같은 재협상을 제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산 수입 압박은 일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뒤 국회에 출석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일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정부는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하면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줄어들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험에서도 벗어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전통 에너지 산업 부활을 외치고 있는만큼 같은 기조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하지만 국내 정유, 가스사들은 경제성 등의 이유로 미국산 도입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보다 가격이 소폭 저렴하지만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가격적인 매리트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정부가 미국산 원유 수입 등을 늘리기 위해서는 운송비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지난해 미국 수출 66만여대 관세 부과시 가격경쟁력 약화

도널드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가 시행될 경우, 국내 자동차 분야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추진할 경우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기아차의 북미시장 진출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생산량의 80%를 미국 등에 수출할 계획이었다.

한미 FTA 재협상이 가시화되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진다. 현재 자동차의 미국향 수출 관세는 0%다.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관세 역시 무관세다. 지난해 1~11월 자동차 수출 물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6.5%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결국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77만5000여대에 이른다. 싼타페, 아반떼, 쏘나타 등 주력 차종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수출이 25만6000여대로, 현지에 있는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 51만9000여대에 비해 비중이 작다. 

반대로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K5와 쏘렌토를 중심으로 64만7000여대를 팔았다. 이 가운데 수출은 40만8000여대이고, 현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 물량은 23만9000여대이다. 기아차가 상대적으로 현대차보다 수출 비중이 높아 좀 더 피해가 우려된다. 

또 트럼프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을 힘으로 굴복시키고 있다. GM의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소형차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을 했고, 멕시코 공장 설립을 추진하던 포드의 계획도 백지화했다. 일본 토요타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서도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현대차그룹도 미국 내 투자를 선언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최근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전체를 포괄하는 투자 계획이다. 신규로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압박에 미국 내 투자를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