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후는 2006년 비자금 사태 이후 처음임원 특검 소환 대비, 3월 가능성도 제기
  • ▲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뉴데일리
    ▲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뉴데일리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의 영향으로 재계는 행보를 자제하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설 연휴를 보냈다. 현대차그룹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조직 추스리기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현대차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가 2월로 미뤄지면서 경영활동에 차질이 초래되고 있다. 

     

    지난해 부진했던 현대차의 경우 실적 개선을 위한 조직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임원 인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못돼 '속앓이'를 하고 있을 뿐이다.


    현대차그룹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대가성 특혜 시비에선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다. 하지만 특검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지원한 대기업들을 선별 조사할 계획이어서 인사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통상 현대차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는 연말 단행된다. 그러나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와 실적부진이 맞물리면서 임원 인사가 2월로 늦춰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가 2월 이후로 미뤄진 것은 2006년 이후 10년 만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임원 인사 지연은 최순실 게이트를 대하는 위기의식이 2006년 비자금 사태와 비견될 정도"라며 "특검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임원 인사 단행은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특검 이후인 3월에 임원 인사가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리에서 밀려난 임원이 특검에 소환될 경우 회사에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KD코퍼레이션 청탁, 미르재단(85억원)· K스포츠재단(43억원) 자금 출연, 차은택 씨 소유의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내실 강화 의지를 고려하면 2월 중순 이전에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중점 사업인 자동차부문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다.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3%나 감소했고, 기아차는 시장기대치보다 낮은 4.6% 증가에 그쳤다.


    여기에 해외 자동차 시장 역시 불안하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나서 한국경제에도 파장이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후보시절 공약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결정했다. 앞서 22일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한 바 있다. '미국의 재앙'이라고 꼽았던 두 경제무역협정을 수술대에 올린 만큼 한미 FTA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짙어졌다.

     

    미국 수출물량이 많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변화하는 흐름과 성장 의지를 다지기 위한 조직 재정비가 시급하다. 정몽구 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실 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대응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올해 초 일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에서 일부 임원들이 잇따라 퇴직하면서 이미 퇴직 대상자에 대한 통보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 임원 인사 틀은 갖춰졌고 적당한 발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목표를 전년 대비 4.7% 증가한 825만대로 잡았다"며 "불안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성장 의지를 다진 만큼 임원 인사 시기를 계속 늦추는 것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