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비티 산책] '니산 로그: 눈사람의 귀환' TBWA\Chiat\Day 스타워즈 개봉 맞춰 전투 패러디, 눈길 주행능력 과시


1977년 첫 에피소드가 개봉된 이후 스타워즈는 전세계에 퍼진 일종의 문화현상이 됐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흔히 사가(Saga: 북유럽 영웅 전설)라 불린다. 신화나 전설과 같은 설화는 보통 민족이나 지역 혹은 인물에 대한 기원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느 한 시점에 한정된 인물들이 창작해낸 스타워즈를 전설이라 부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따금 착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스타워즈는 절대 공상과학영화가 아니다. 무대만 ‘옛날 옛적 머나먼 어느 은하’로 옮겼을 뿐, 엘프나 오거가 나오는 중세 판타지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여기에 1, 2차대전에 대한 기억이나 아시아 문화권의 무사에 관한 이미지가 얽혀 들어가 ‘창작’ 전설이 탄생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신화나 전설에 대한 문학적 ‘정의’, 즉 어떤 민족이나 부족, 혹은 지역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신화나 전설이 탄생하고 발전한다는 문학적 정의가 과연 이 스타워즈에도 통용될까? 도대체 옛날 옛적은 언제이고, 머나먼 어느 은하는 어디이며, 다스베이더는 누구이고, 또 제다이 기사들은 누구란 말인가? 

최근 닛산이 미국에서 집행한 “닛산 로그: 눈사람의 귀환(Nissan Rogue: Return of the Snowman)” 광고는 스타워즈 ‘사가’의 근원을 우리 의식 안에서 찾게 해준다. 선악이 불분명한 경우 ‘우리 편’을 ‘선(善)’으로 규정하는 습성이 우리에게 남아 있고, 스타워즈라는 사가의 기원은 바로 이런 비논리적인 인간천성인 것이다. 그렇다면 선악이 분명한 영화는 오락영화, 불분명한 영화는 예술영화라는 새로운 이분법을 탄생시킬 수도 있겠다. 

‘다스베이더가 알고 보니 처음부터 악당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두 번째 삼부작이 가장 부진한 흥행성적을 기록한 데는 그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축구경기를 보면서 선수들 각자의 사연과 스토리를 생각하며 응원하는 사람이 없듯, 다스베이더와 은하제국은 그냥 ‘악당’이어야 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개봉한 세 번째 스타워즈 삼부작의 제목은 공교롭게도 ‘로그 원(Rogue One)’이었다. ‘로그(rogue)’는 ‘악당’이란 의미다. 다만 대단한 악당이 아닌, 별 해를 끼치지 않는 그런 악당을 말할 뿐이다. 은하제국이 확립된 질서로 자리를 굳히고 있을 때 이에 대항하는 반란군은 당연히 은하제국군 입장에서 ‘로그’이다. 

2007년 탄생한 닛산 로드에게 스타워즈 에피소드 ‘로그 원’ 개봉이 브랜드의 인지도를 다시 한 번 높일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스타워즈의 전투 장면을 패러디한 이 광고에서, 닛산의 중형 SUV ‘로그’는 나쁜 눈사람들을 가볍게 퇴치하고 유유히 설원을 빠져나간다. 눈이라는 자연현상이 우리에게 불편을 준다고 해서 ‘악당’이 아니듯, 어쩌면 은하제국도 관점과 철학에 따라 ‘악당’이 아닐 수 있다. 전편 에피소드의 FN-2187이 단지 스타트루퍼즈라는 이유로 악당이 아니었듯. 

사람들은 스타트루퍼즈와 AT-AT 워커가 격퇴될 때마다 환호하는 것처럼 닛산 로그가 눈사람 군단을 물리칠 때 환호한다. 1분 길이의 영상에서 스타트루퍼즈 군단 개개인과 AT-AT 조종사들 각각의 개인적 애환을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다. 스킵을 누르기 전에 시청자의 본능이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즉각적인 동물적 본능에 먼저 호소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닛산 로그’는 나쁜 광고가 아니다. 세상 모두가 마케팅인 이 세계에서, 오랜 세월 그토록 ‘이성’을 추구해온 우리 인간들은 즉각적이고 동물적으로 반응하도록 거꾸로 길들여지고 있으며, 다만 이 점을 충실히 반영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