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계약률, 전분기比 10.3% 포인트 상승중위가격 하락세 접어들어 "강남 재건축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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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들끓었던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있다. 전국적인 집값이 조정국면에 접어든 반면 초기계약률은 증가하고 있어서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 지난해 4분기 분양시장 초기계약률은 85.8%를 기록해 전분기 72%와 비교해 13.8% 증가했다.

    수도권은 지난해 3분기 78.4%에서 4분기 들어 90.9%를 기록하며 계약률이 뛰었다. 특히 인천이 96.6%를 찍으며 30% 포인트 급증해 계약률 상승을 주도했다. 경기 역시 89.3%로 13%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반면 서울은 지난해 3분기 100% 계약률에서 소폭 하락한 96.4%를 기록했다.

    지방에선 분양열기가 꾸준한 부산·세종 모두 조기완판에 성공했다. 이들 모두 90%대 계약률에서 100%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계약률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분양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로 내놓은 대책 '약발'이 먹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간 분양시장은 분양권 단기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단타족'이 주도했다. 이들은 선호도 높은 동호수가 당첨되면 계약 전부터 불법 분양권 거래에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1순위 청약 조건이 강화되면서 단타족이 설 자리를 잃었다.

    반대로 진성고객이 청약시장을 주도하자 계약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분양시장이 단타족들로 경쟁률은 높아졌지만, 계약의도가 있는 청약자들이 시장에 나서지 못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투자수요가 빠지면서 분양권 거래도 감소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588건에서 △11월 440건 △12월 391건 △2017년 1월 385건으로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다. 분양권 거래가 줄었다는 것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실수요자들은 여러 악재 속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11·3대책 이후 분양시장에서 계약 이탈자가 적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잘나가던 집값 상승세도 꺾였다. 공급과잉이라는 우려에다가 각종 규제가 쏟아지면서 전반적인 매매가격 상승세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3억319만원으로 전월보다 18만원 하락했다. 중위가격은 아파트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 가격을 의미한다.

    전국에서도 서울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9585만원으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243만원 감소했다. 특히 서울 가격 하락은 강남 지역이 주도했다. 강남 11개 구 중위 매매가는 1월 기준 7억3617만원으로 지난해 12월 7억4082만원에서 465만원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하락세를 두고 강남 재건축시장 분위기 하락에 따른 파급효과라고 강조했다. 한강변 주변 재건축 50층 심의보류가 주변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정부 대책 이후 재건축 단지거래가 끊기면서 가격조정이 발생했다"면서 "겨울 비수기가 겹치면서 집값도 조정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가격조정은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상당수다. 최근 건설사 밀어내기 분양에 따른 반대급부로 상당한 입주물량이 예고됐다. 금리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당분간 공격적인 매수세는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권일 팀장은 "공급과잉 등 여러가지 부정적 신호가 가시화되고 있어 활발한 시장 움직임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수요자들도 새로운 정책적 대안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당장 일부 단지 계약 완판보다는 사업 연속성에 가치를 두고 있다"면서 "높은 청약경쟁률과 분양권 거래 등 지역 시장이 활발히 움직여야 추가 사업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