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수첩' 앞세워 여론몰이, 보여주기식 수사 '도마 위'"삼성, 공정위 '순환출자' 등 특혜 의혹에 '자발적 처분' 강력 반박"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특검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특검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뇌물 혐의에 집중하던 특검이 공정위 순환출자 의혹을 들고 나왔다. 문제 삼는 부분이 계속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달 28일로 1차 수사기한이 종료되는 특검이 촛불 정서를 앞세워 보여주기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특검에 재소환된 이재용 부회장이 15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고 새벽 1시를 넘겨 귀가했다. 특검은 1차 소환 조사와 마찬가지로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지원금의 대가와 부정한 청탁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뇌물 때문이었다는 구도로 진행된 1차 조사와 달리, 삼성물산 합병 이후 순환출자 고리 해결을 위해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주를 이뤘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SDI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의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식을 각각 400만주, 500만주 보유하고 있던 삼성SDI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2014년 7월 15일 시행된 공정거래법상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조항(제9조의2)은 신규순환출자 및 기존 순환출자의 강화를 금지하고 있다. 삼성은 합병으로 인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외부 로펌에 자문했고, 순환고리가 기존 10개에서 7개로 단순화돼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게 된다. 특히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900만주)과 함께 삼성전기가 보유한 추가 지분(500만주)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공정위가 삼성과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부터 본격화됐다. 2015년 9월 2일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형성 및 강화 이슈가 발생했고, 삼성은 일주일 뒤인 9월 8일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공정위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해 그간 법집행 사례가 없었고, 합병 방식이나 내용에 따라 다양한 순환출자 변동이 나타날 수 있어 통일된 법집행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후 여러 쟁점에 대한 전문가 의견과 외부 전문가 등 위원 9명으로 구성된 공정위 전원회의를 거쳐 그해 12월 24일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특검은 공정위가 삼성SDI의 500만주와 삼성전기의 500만주를 합친 1000만주를 매각할 것을 지시했다가 최종 500만주 매각으로 결론짓는 과정에서 삼성의 청탁과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 근거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정위 실무자의 업무수첩에 담긴 내용을 들고 있다. 삼성은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정위의 유권해석에 이견이 있어 협의를 진행했을 뿐 청탁과 특혜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공정위는 당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을 뿐 삼성SDI를 상대로 주식처분명령 등을 내린 것도 아니었다. 강제성이 없었다는 의미"라며 "매각하지 않아도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는 외부 전문가들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의견을 존중해야한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결국 500만주를 매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특검이 수사 방향을 바꾼 것을 놓고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수사라고 지적했다. 영장 기각을 경험한 특검이 경영권 승계라는 반재벌 정서를 이용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검이 핵심임원에 대한 불구속 원칙을 바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약속했던 특검은 삼성 사건이 마무리돼야 다음 대기업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대기업은 삼성 영장 재청구 이후에 조사할 예정"이라 답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수사기간을 보름 남겨둔 특검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정 기업에 편중된 표적수사라는 비난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검이 이번 주 안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힘에 따라 특검과 삼성 간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특히 특검이 야권 지지를 앞세워 법원을 압박하고 있어 향후 영장실질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전 K스포츠 부장의 진술에만 의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한 때 국정농단의 주역이었던 이들의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는 의구심이 드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