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치열한 법리 다툼 예고 법조계 '기각' 가능성 관측"'물산합병-승마지원' 뇌물죄 연결고리 빈약…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부족"
  • ▲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데일리DB
    ▲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데일리DB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결정함에 따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재계와 법조계는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부족한 만큼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14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특검은 영장 기각 사유가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아 막바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발표에 삼성은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장 청구가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앞세워 최소한의 방어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과 함께 재산국외도피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삼성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대가로 최 씨 일가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는 논리다. 

    그동안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비덱스포츠와 삼성전자가 맺은 계약금 213억원을 조사해온 특검은 영장 기각 이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의 배경과 대가성 여부를 집중 확인했다. 뇌물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입증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의미다.

    여기에 30억원 명마 블라디미르 우회지원, 공정위 및 금융위 특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청와대 개입 등 전방위적 수사도 병행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순환출자 의혹도 조사됐다.

    당사자인 삼성은 해당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전과 달리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다.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의 일환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블라디미르 구입 후 은폐를 합의했다는 회의록에 대해서는 "최순실의 일방적인 요청을 기록한 메모로 박상진 사장은 해당 요청을 거절했고 추가지원을 약속하지 않았다"며 "최순실과 합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합의서가 작성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여부를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의 중요한 잣대로 판단하는데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특검이 이 부회장을 구속해 성과를 달성했다는 위안을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죄로 규정하는 기본 틀이 잘못됐기 때문에 영장 발부가 쉽지 않다는데 의견이 모인다. 삼성물산 합병과 승마 지원을 뇌물죄로 연관시키는 기본 논리가 잘못됐다는 분석이다. 특검이 직간접적으로 밝혀온 수사 상황을 고려할 때에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법원이 1차 때와 같은 사유로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공정위 실무진의 업무일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전 K스포츠 부장의 진술 역시 결정적 증거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법원이 한때 국정농단의 주역이었던 이들의 진술을 얼마나 신빙성 있게 받아 들일지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영장을 재청구했다는 건 그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도 "대가성을 비롯한 기각 사유가 충분히 규명됐는지 의문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법원이 같은 이유로 영장을 기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이 이 부회장과 함께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사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면서 우려했던 경영 공백은 현실이 됐다. 재계에서는 검찰과 특검 수사로 임원 인사 등 경영차질이 5개월 간 이어진 상태에서 더이상의 경영 공백은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주주총회 결과가 걱정이다. 삼성은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달러(9조3338억원)를 들여 하만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하만은 이번 주총에서 삼성과의 합병안 가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가 인수 백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주주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 관계자는 "특검이 촛불정서와 반재벌 여론에 휩쓸려 비상식적인 결론을 내렸다"면서 "법원이 법과 원칙, 정의에 근거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16일 오전 10시 30분 한정석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진행되며, 영장 발부 여부는 17일 새벽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