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56명 직원, 향후 6개월간 비정규직으로 근무
  • ▲ 청산을 하루 앞둔 옛 한진해운 빌딩 모습.ⓒ뉴데일리
    ▲ 청산을 하루 앞둔 옛 한진해운 빌딩 모습.ⓒ뉴데일리

한진해운이 40년 역사를 끝으로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16일 파산 선고를 하루 앞둔 옛 한진해운 본사 앞은 썰렁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돌았다. 법원은 오는 17일 한진해운에 대해 최종 파산 선고를 내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컨테이너선 역사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써내려갔던 한진해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현재 여의도 옛 한진해운 본사(유수빌딩)에는 56명의 한진해운 직원들이 근무하며, 청산 절차를 마무리 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6개월간 비정규직으로 뒷수습을 처리할 예정이다. 

◇남은 인력 고작 56명 "갈 곳 잃어... 막막"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 까지만 하더라도  한진해운 직원은 육상직원 671명, 해상직원 685명 등 총 1356명이었다. 여기에 해외법인 현지 직원과 외국인 선원까지 포함하면 3900여명에 달했다. 

이제는 청산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곤 모두 회사를 떠난 상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갈 곳을 정했지만, 대부분은 아직 새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육상직원 가운데 일부는 신설 선사인 SM상선과 현대상선으로 옮겼지만, 상당수 해상직원은 실업자로 전락했다. 

파산 선고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만난 한진해운 직원 A씨는 "안타깝다는 말 밖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숨을 내쉬던 A씨는 "처음부터 다들 했던 말이 한진해운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파산 선고 전날까지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 뿐만 아니라 남은 한진해운 직원들도 막막하긴 마찮가지다. 6개월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각자 살 길을 마련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진해운 직원 B씨는 "해외 경력직 사이트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락거리면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한진해운은 단순한 직장을 떠나 해운업계에서 컨테이너 선사의 역사이기 때문에 한진해운 청산은 나라 자체로도 큰 손해다"라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파산을 놓고 직원들이 이토록 안타까워 하는 이유는 바로 '자부심' 때문이다. 국내 선사 1위이자 세계 7위라는 자부심을 안고 다닌던 직원들은 '수송보국'의 꿈이 사라져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창업주 '수송보국'의 꿈 역사 뒤안길로 사라져 

1977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수송보국'을 꿈꾸고 해운회사인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이후 1984년 선주상선을 흡수합병하고, 1988년에는 대한상선으로 사명을 바꾼 뒤 같은 해 12월 대한상선과 한진해운이 합병하면서 지금의 한진해운으로 재출범했다.

이후 2003년 창업주의 3남인 조수호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아 경영하다가 2006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아내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경영을 맡게됐다. 

최 회장은 남편의 뜻을 이어받아 초보 경영이지만 최선을 다해 꾸려 나갔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 선복량 증가 및 고유가로 인한 해운 경기의 장기간 침체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2014년 5월 인적 분할 형식으로 한진해운 경영권을 한진그룹에 넘기게 됐다. 

이후에도 몇 번의 고비가 있을 때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해운만큼은 살려내겠다. 회복될 때까지 월급을 받지 않겠다"며 재건에 힘썼다.  

장기 불황의 그늘을 이기지 못한 한진해운은 결국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끊기며 지난해 9월 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후 6개월 만에 파산 선고를 앞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