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매출 대부분 다국적제약사 제품서 나와… 매출 규모 1위완 달리 R&D 투자비중은 평균 못미쳐

  • 유한양행이 도입 약을 등에 업고 국내제약사 매출액 1위를 탈환했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건전하지 않다는 평가다. 도입 약 판매는 다국적제약사의 대형 의약품을 대신 판매해 수수료를 얻는 구조로, 의존성이 심화된다는 단점이 있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2016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오른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도입약 비중이 약 70~80% 내외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의 도입 약 의존도는 다른 제약사에 비해 유난히 큰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유한양행의 매출 중 도입약 비중은 74.1%으로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11개 제약사 기준 매출 중 도입약 비중은 평균 44.7%인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지난 해 매출 증가 원인에 대해 유한양행 관계자는 “지난 해 회사 성장을 이끈 대표적인 전문의약품은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 등으로 지난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18%씩 성장했다”며 “일반의약품은 비타민제 ‘메가트루’, 경구용피임약 ‘머시론’ 등이 약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 매출을 견인한 대표 제품 대부분은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제품이다. 장기적으로는 불안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비리어드는 길리어드, 트라젠타는 베링거인겔하임, 머시론은 알보젠으로부터 도입했다.

    인지도가 높은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을 도입해 유통·판매하는 것은 외형성장 뿐 아니라 마케팅·영업력을 강화하는데 도움되지만 장기적으로 이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장 계약을 앞두고 있는 도입품목은 다른 국내제약사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거래조건이 나빠진다”며 “연장계약에 실패하게 되면 매출액 급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수준의 수수료로 계약하는 것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한양행은 도입약 비중을 줄이고 자체의약품 개발·판매에 더욱 노력할 것을 밝혔으나 녹록치 않다. 유한양행이 주력으로 꼽던 신약후보물질 ‘YH14618’ 등이 임상시험 도중 실패하면서 신약 개발이 성공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R&D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상위 20개사 R&D비중보다 한참 못 미치는 것도 유한양행의 발목을 잡는다.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4년 5.7%, 2015년 6.4%, 2016년엔 6.5% 이상을 투자했으나 매출규모 1위와는 다르게 R&D는 소홀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6년 상위 20개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평균 10.0%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R&D를 이끌어갈 연구소장의 부재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유한양행의 R&D연구소장 직은 지난 11월부터 공석이다. 공석이 너무 길어질 경우 R&D 주요 업무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한양행 측은 R&D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며, 연구소장 영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연구소장은 R&D 기획부터 임상 계획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영입에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중”이라며 “미국 제약사와 공동으로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으로 연말에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