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투자-신규채용' 불투명, 비상경영 체재 돌입"미전실 체제 당분간 유지…전문경영진 중심 '안정화' 집중"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글로벌 기업 삼성이 위기에 빠졌다. 삼성은 국내 GDP의 20%에 해당하는 연매출 330조원을 담당해 왔다. 

    법원은 17일 새벽 5시 40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 부회장은 영어의 몸이 됐다. 법원은 "이재용에 대한 범죄혐의와 추가 증거를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79년만에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삼성 내부에서는 그동안 추진해온 신사업들이 백지화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제2의 도약을 위해 진행해온 '뉴삼성' 프로젝트는 좌초 위기에 처했고 경영공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다양한 개혁 작업들이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며 "적어도 올해에는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와 결정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오너 부재, 경영차질 현실로

    그동안 오너십, 미래전략실, 계열사별 전문경영진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삼성의 경영 차질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 대한 해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오너까지 구속되면서 경영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과감한 인수합병과 적극적인 투자로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최근 2년새 삼성이 인수한 회사만 8개에 달할 정도다. 

    당장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주주총회 결과가 걱정이다. 삼성은 올해 3분기까지 80억원을 들여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에 대한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만은 17일 열리는 주총에서 삼성과의 합병안 가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인수 백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가 이 부회장 구속을 빌미로 해외부패방지법을 적용할 가능성도 높다. 대외 경쟁력 하락이 우려에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증거다. 글로벌 네트워킹에서도 큰 차질이 생겼다. 당장 3월 개최 예정인 중국 보아오포럼과 주요 이사회 참석은 불가능해졌다. 글로벌 기업인과의 교류가 불가능해지면서 한국경제 외교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비상경영체제 돌입, 미래사업 불투명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제외한 신규투자나 M&A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책임을 감수하며 대규모 사업을 결정해야할 오너가 사라져 사업 경쟁력 저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물러난 후 2년간 경영 공백 상태에 빠졌다. 삼성은 2010년 5대 신수종사업을 선정하며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업체들에 밀려 태양광과 LED 사업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특검조사로 미뤄졌던 정기인사와 조직개편도 불투명해졌다. 1만 명 규모로 진행됐던 신규채용은 엄두도 못 내게 됐다. 

    삼성은 당분간 최지성 실장이 이끄는 미래전략실 체제를 유지하며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개혁에 집중했던 뉴삼성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경영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계열사별 전문경영진을 중심으로 사업 안정화에 진중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권오현 부회장의 지휘아래 기존 사업들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가적인 투자가 불가능해 사업 속도는 늦춰질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 솔직히 암담한 상황"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에 경영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