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외파병 군인에게 슈퍼볼 중계

[크리에이티브 산책] 이노션 대행 현대차 '라이브' 광고
대형 VR 화면으로 경기장 가족 초대해 감동 나눠

이연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2.17 17: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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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산책] 현대자동차 미국 '부활절 달걀(Easter Egg)' by 이노션 


지난 1월 폴란드 자강(Żagań)에 미군 4만여 명이 배치됐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접경에 위치한 칼리닌그라드에 세워진 러시아 미사일기지에 대응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동맹관계, 특히 나토(NATO)와 동맹관계가 당장이라도 와해될 것처럼 떠들썩했던 게 무색하다.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지정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나라다. 지난 세기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유럽 친구들’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배워서인지, 폴란드 국방부의 ‘위시리스트’에는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사드(THAAD)가 들어있다고 한다. 

4만 명이 주둔할 정도면 우리나라의 평택 험프리 기지와 규모에서 맞먹는다. 본래 자강은 중세인들이 농지를 얻기 위해 빽빽한 삼림을 태우며 생긴 자리다. 나치 군대는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바로 이 곳에 전쟁포로 수용소를 세워 30만 명 이상을 수용했으며, 이 중 12만명이 기아와 질병, 학대로 사망했다. 스티브 매퀸 주연의 1963년 작 영화 ‘대탈주’는 1942년 바로 이 자강의 전쟁포로 수용소에서 폴란드 공군 장교 등 200명이 탈주를 시도했다가 불과 3명만 성공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자유'와 '정의'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만여 킬로미터 떨어진 나라에 도착한 군인들은 어떤 심정일까? 겨울은 사실 나가서 싸우고 일하고 수확하는 계절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벽난로 앞에 모여 봄까지 남은 날을 세는 계절이다. 더욱이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자유나 정의 같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손에 닿는 것, 작더라도 당장 성취감을 주는 것들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이 춥고 한적한 옛 ‘포로수용소’ 자리에 주둔하게 된 미군들, 그리고 머나먼 땅으로 아들딸, 혹은 형제자매, 혹은 배우자를 보낸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필요한 보상, 그리고 동기는 무엇일까? 

지난 2월 5일 슈퍼볼 경기 때 현대자동차가 집행한 광고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유럽인들이 챔피언 리그 때 그러는 것처럼, 미국인들은 가족이나 가장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슈퍼볼 경기를 관람한다. 당연히 이 시간 광고비는 일년 중 그 어느 때보다 비싸다. 많은 브랜드들이 이 막대한 매체비 때문에 그 효용성에 대해 의심한다. 

그럼에도 이 시간을 선뜻 포기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때 함께 모여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그 어느 SNS와도 견줄 수 없는 강력한 유대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감’은 그 어느 소셜미디어 상의 공감보다 더욱 강력하다. 현대나 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주력하는 모델이 대개 가족용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일부 천문학적 광고비에도 불구하고 슈퍼볼 텔레비전 광고를 포기하기 힘든 이유가 나온다. 

미리 발표했던 것처럼, 현대자동차는 이번에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오랜 기간 NASA와 협의하며 막대한 제작비를 들였던 2015년 슈퍼볼 광고 “우주로 보내는 메시지(Message to Space)”와 달리, 현대의 올해 슈퍼볼 광고는 슈퍼볼 경기가 진행되는 바로 그 시간에 실시간으로 촬영해 급히 편집한 후 시상식 직전에 방송됐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자동차가 촬영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머나먼 자강에 방금 주둔되어 가족 대신 전우들과 함께 슈퍼볼을 보는 군인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자동차는 이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줬다. 슈퍼볼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자강 기지에선 몇 명의 군인이 호출된다. 경기를 놓치게 되어 아쉬웠던 이들은 특수 스크린이 설치된 방으로 안내된다. 스크린에는 경기장 관람석에 앉은 가족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투영됐다. 이들은 마치 바로 곁에 가족을 둔 것처럼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된다. 

현대자동차가 담은 이 모습은, 자유니 정의니 하는 거창한 것보단 당장 내 가족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본능을 제대로 건드린다. 현대자동차 미국은 광고를 통해 미국인의 가장 큰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 없이 모색해왔다. 2015년에 우주라는 변경(邊境)까지 진출한 우주인과 딸의 사랑을 담고, 2016년에는 ‘도둑놈’으로부터 딸을 지키려는 아빠로 돌아오더니 (첫 데이트, First Date), 2016년 다시 폴란드라는 변경으로 나갔다. 광고가 너무 짧은 시간 급히 편집되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도 있지만, 미국인 대다수는 그들이 입고 있던 군복만으로도 느꼈을 것이다. 미국인들이 공유하는 가장 큰 가치는 가족, 그리고 개척정신이라는 것을. 

이 광고는 2월 15일 발표한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의 바이럴 차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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