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스포츠 변화 분수령
  • ▲ 교육부가 올해 3월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에 대한 방안을 발표한다. ⓒ연합뉴스
    ▲ 교육부가 올해 3월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에 대한 방안을 발표한다. ⓒ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학사 특혜 논란으로 체육특기자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체육특기자 관리 체계를 새롭게 갖춘다는 것인데, 정부 부처 및 대학 간 협의해야 할 사항이 남겨져 있고 현장 적응 등을 고려하면 새 제도가 나와도 당장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문체부와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대학교육협의회 등은 학교체육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정책협의회를 진행했다.

    체육특기자 대입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당시 협의회에서는 총장협이 '체육특기자 대입전형표준요강'을 마련, 새 모집요강은 내년도 입시에는 대학별로 자율 적용하고 2020학년도부터 전면 적용한다는 계획이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전면 적용은 결정된 바가 없지만, 체육특기자 제도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올해 3월께 발표하기로 했다.

    체육특기자 제도 개편은 지난해 불거진 정유라 이대 특혜 논란에서 촉발됐다.

    이화여대 체육특기자(승마)로 입학한 정씨는 청담고 재학 시절 허위 공문을 제출하거나 보충학습 없이 출석을 인정 받았고, 이대 입학 과정에서 대학으로부터 각종 특혜가 부여된 것이 사실로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정씨 사촌 장시호씨도 연세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교육부 조사 결과 학사경고 3회를 받고도 장씨가 제적되지 않았다고 지적됐다. 결국 체육특기자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등장하면서 교육부는 전체 대학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그동안 운영된 체육특기자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입과 연결되는 경기 출전의 경우 최저학력기준 충족하지 못하면 제한하고 학내 학업성적심의위원회 결정에 이어 교육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대회 참가를 허용, 증빙자료 사전 제출 등을 교육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완성된 방안이 아니므로 실제 적용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사실상 이전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육특기자 대입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대학스포츠총장협에서 요강을 마련 중이다. 다만 전체 특기자 대입에 도입될지는 사실상 교육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

    문체부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22일 "스포츠총장협에서 만드는 체육특기자 표준요강은 회원 대학들에 권고하는 차원에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 중으로 윤곽이 나오려고 하는데 전체 대학에 적용될지는 교육부, 대교협 등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스포츠총장협 관계자는 "학생 선수들이 공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고, 입시와 관련해서는 기준을 명확히 하려 한다. 계속 논의를 하고 있는데 한 분야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모르지만 올해 또는 내년에 바로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유지된 특기자 제도 손질을 놓고 교육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교육부 대입제도과는 "현재 체육특기자 방안을 마련 중이며, 3월 중에 공개될 것이라고 본다"며 총장협에서 마련하는 모집요강에 대해선 "체육특기자 대입 전형은 교육부와 협의하는 것이 절차다. 대교협에서는 고1 학생이 대입을 치르는 시기의 기본사항을, 이듬해에는 시행계획, 고3때 모집요강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특기자 새 방안은) 입시안이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사안에 따라 보고 있으며 현재 논의를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매년 체육특기자 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정원은 1천여명, 모든 학생 선수가 대학 입학을 할 수 없고 매해 선발 인원은 감소 추세라는 점에서 경기 출전·성적 외에도 실기·면접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과거에는 운동부에 입학한 학생이 아무 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체육 관련 학과에만 입학할 수 있고, 단순히 운동을 잘하는 것보다 여러 요소가 합격 여부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체육특기자 관리 등에 대한 방안을 새로 구축하고, 대입과 관련한 공정성을 높이더라도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제도가 바뀌면 혼란이 가중되고, 오히려 학교체육 전반이 흔들릴 수 있어 긴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순위 경쟁에 몰입되어 있었다. 이제는 선수들의 지식도 보장해야 한다. 다만 5~10년 장기 플랜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유라 사태로 좋은 기회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대입 제도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고, 형식적인 것이 아닌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당장의 문제를 자르면, 또다른 문제가 등장한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학생 선수, 학부모가 적응할 시간을 주고 서서히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양적 성장과 실질적 성장이 함께 하도록 생활체육, 스포츠클럽 활성화, 운동선수 학습 등이 정착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