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協 "전국 78개 사업장 중 3만9000가구 중도금 협약 체결 못 해""기준금리 인상시 부담 가중 우려…조속한 정상화 필요"

  •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기관이 집단대출을 규제하면서 금리를 올리고 있어 서민들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에 분양시장이 급랭하고 미분양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시장침체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22일 한국주택협회 등에 따르면 주택협회가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사업장 규모는 약 3만9000가구(약 9조원)로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25일부터 올 1월 말까지 7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통상 신규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초기계약금 이후 4~6개월가량 지난 시점에 내는 중도금 같은 경우 시중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과 집단대출 계약을 맺어 납부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낮고 수익이 좋아 1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간 경쟁을 벌이는 일도 빈번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은행에서도 심사를 깐깐히 하거나 거부하는 일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사업장 중 높은 계약률(95% 이상)을 보인 우수 사업장 26곳(4조8000억원·2만1000가구), 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목표로 하는 공공택지 사업장 17곳(2조8000억원·9000가구)이 포함돼 있다.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 등으로 중도금 집단대출의 금리는 지속 상승해 올 2월 말 현재 시중은행은 3.46~4.13%, 지방은행 및 특수은행은 4.2~4.3%, 제2금융권은 3.88~4.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협회가 조사했던 금리 수준과 비교하면 대출금리 수준이 시중은행은 0.26~0.43%p, 지방은행 및 특수은행은 0.5~0.7%p, 제2금융권은 0.3~0.38%p 인상돼 수분양자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지방의 일부 은행은 5%가 넘는 금리를 요구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고 있어 앞으로 기준금리마저 오를 경우 계약자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17일 이전에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 26곳 중 13곳은 4개월 이상 기간이 지났는데도 대출은행을 찾지 못해 1차 중도금 납부를 미뤄야 할 판이다.

    게다가 단지 규모와 중도금 대출금액이 많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18곳)의 경우 금융권의 대출 기피와 분할대출 요구 등으로 사업장 중 72.2%(13곳)가 대출협약 미체결 상태로, 앞으로 조합원의 금융부담 증가와 일반분양분 계약 철회 등 사업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계약률이 95% 이상인 30곳의 사업장 중 절반 이상인 17곳이 대출은행을 구하지 못 할 정도로 금융권의 경직적인 대출태도가 심화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대출 보증서를 발급해줘도 대출을 해주지 않는 은행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HUG에서는 대출은행을 구해 와야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주택협회 측은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는 실수요자의 주택구매 의지를 꺾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권의 집단대출 기피와 금리인상, 조건부 대출 요구를 지양해 집단대출 운용이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