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열차 주중 30%-'내일로' 대상 29세 확대-KTX 조기예매 50% 할인
  • ▲ KTX.ⓒ연합뉴스
    ▲ KTX.ⓒ연합뉴스

    정부가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해 내수를 살리기로 하고 철도 이용객의 부담을 줄이고자 할인 혜택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해당 열차 상품의 인기가 이미 시들해진 상황에서 땜질식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더욱이 열차 운임 할인과 관련한 민감한 사항에 대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개략적인 내용조차 모르고 있어 졸속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부는 23일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양한 방안을 발표했다.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해 조기퇴근을 유도하는 유연근무제 도입을 비롯해 고속철도(KTX·SRT) 조기예약 파격 할인 혜택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관광 활성화와 교통불편 해소를 위한 철도 분야 대책이 졸속으로 마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우선 출퇴근 교통 애로를 완화하기 위해 고속철도 예약을 일찍 하면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가령 25일 전에 예약하면 30~50%, 15일 전에는 20~30% 할인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할인율은 철도운영사인 코레일과 ㈜에스알(SR)이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코레일에서 이미 최장 한 달 전에 예약하면 최고 40%를 할인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체감 혜택은 크지 않을 거라고 지적한다.

    매일 열차를 이용하는 고객은 할인율이 높은 정기권을 쓰기 때문에 조기예약 수혜 대상이 주말부부나 정기적으로 지방 출장을 가는 회사원 등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할인 폭이 정부 예시대로 최대 50%까지 확대되면 10%쯤 추가 할인 혜택을 기대할 순 있겠으나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이미 조기 예약하면 최대 40%까지 할인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열차는 비행기와 달리 중간 기착지가 있으므로 운행 일정상 한 달 전까지만 조기 예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혹자는 조기 예약한 것을 잊고 있다가 나중에 일정이 바뀌어 취소 수수료만 무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낸다.

    국토교통부는 청년 여행문화 확산을 위해 일반열차 자유이용권(입석)인 '내일로' 이용대상도 만 25세 이하에서 만 29세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일로는 KTX와 전철을 제외한 새마을·무궁화 등의 열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상품이다. 5일권은 5만6500원, 7일권은 6만2700원에 각각 판매한다.

    국토부는 나이 제한 완화로 이용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객차 추가연결, 입석률 하향 조정 등 열차 혼잡 개선 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내일로가 애초 방학 기간에 대학생 등의 열차 이용을 유도하고자 내놓은 표적화 상품이라는 점이다. 내일로가 여름·겨울 방학철에 맞춰 발매되는 이유다.

    코레일 관계자는 "내일로는 기본적으로 입석인데 30~31세 성인이 얼마나 이 상품을 구매할지는 의문"이라며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내일로를 이용해 여행을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 내일로 인기는 시들해진 상태다. 이용실적을 보면 2014년 17만224명, 2015년 23만967명, 지난해 11만2293명으로 2년 새 5만7900명이나 줄었다.

    2015년 이용실적이 급증한 것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 차원의 반값 할인 등 다양한 판촉행사를 집중한 덕분이다. 행사가 종료되자 지난해 이용실적은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토부는 봄 여행주간을 앞두고 관광열차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주중 30% 할인 행사도 시행하기로 했다.

    코레일은 중부내륙관광열차(O-train),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평화열차(DMZ-train) 등 5대 관광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 ▲ 관광열차 이용실적.ⓒ국토부
    ▲ 관광열차 이용실적.ⓒ국토부

    하지만 관광열차도 인기가 한풀 꺾이기는 매한가지다. 2015년부터 운행한 서해금빛열차(G-train)가 그해 12만명에서 지난해 12만4000명으로 다소 늘었을 뿐 나머지 관광열차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중부내륙열차 이용실적은 2014년 12만8900명에서 이듬해 8만4900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6만2100명으로 내림세다. 백두대간열차도 2014년 16만9900명, 2015년 12만6600명, 지난해 9만2000명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2015년 첫선을 보인 정선아리랑열차(A-train)는 그해 8만5000명에서 지난해 4만6900명으로 1년 만에 이용객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번 타본 승객의 재이용률이 낮은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 없이 주중 요금 할인만으로는 관광열차 붐 조성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역축제와 연계한 봄 여행 특화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한다는 태도다. 봄철 휴가 사용과 학교의 재량휴업·현장학습 권장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국토부의 이번 대책이 졸속으로 마련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레일 홍보실은 발표 하루 전인 22일 늦은 오후까지도 열차 할인 혜택과 관련한 내용을 모르는 분위기였다.

    민감한 내용에 대해 국토부가 산하기관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멋대로 내용을 발표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 도입하는 무정차 직통열차와 관련해서도 코레일과 협의 없이 올해 업무보고에서 발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