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수익 악화-품질 저하' 악순환

[취재수첩] 린나이-LG전자 등 특판경쟁, 가스레인지 업계 맨붕

내수시장 성장 포화로 가격경쟁 악화일로

김양균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2.24 11: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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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스레인지 시장의 포화로 제조사들은 너도나도 특판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저가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김양균


제 살 깎아먹기 : 자기가 한 일의 결과가 자신들에게 해가 됨을 이르는 말. 

앞으론 여기에 ‘국내 가스레인지 업체의 특판 과다 경쟁’이란 의미가 더해질지도 모르겠다. 현재 국내 가스레인지 시장의 특판 수주 경쟁이 그만큼 심각하단 얘기다. 특히 빅2 로 손꼽히는 린나이코리아와 SK매직의 경우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끊이질 않는다. 

국내 가스레인지 업체들은 △린나이코리아 △SK매직 △LG전자 △파세코 △이엔이노베이션 등이다. 이중 리딩 기업은 린나이와 SK매직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가스레인지 제조사마다 차별화 전략 등을 구사하며 매출 신장을 꾀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판 수주 경쟁은 악화일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판 수주 과정에서 기업 인지도는 업체 선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린나이와 SK매직 등 브랜드 파워가 있는 업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기 마련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특판 수주는 낮은 가격대를 제시한 업체가 선정된다. 

이는 기업 매출을 급상시키는데 효과적이지만 수익성은 낮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이 영업이익 및 순이익 하락의 한 원인으로 특판 저가 수주를 꼽는 이유다. 

린나이와 SK매직을 축으로 과다한 특판 수주 경쟁의 여파는 이들 기업은 물론 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현저히 낮은 특판 시세는 출혈 경쟁의 산물이다. 실제 대형 건설사들 중심으로 형성된 특판 시장에서 가스레인지 가격은 기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판 과다 경쟁은 비단 기업 수익 하락에 국한되지 않는다. B2C 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판 수주에 천착하게 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수익 감소로 인한 품질 저하를 가져온다. 결국 고객의 외면은 필연적이며 다시 수익 하락으로 연결되는 ‘출혈의 사이클’이 완성되는 것이다. 
 
린나이와 SK매직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업체들이 출혈을 감수하고 너무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뛰어든단 주장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이에 맞춰 가격을 계속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는, 한편으론 얄궂은 해명이다. 

중소 가스레인지 제조업체 대표 A씨는 이러한 출혈 경쟁에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특판에 국한한 가격 경쟁이 일반 판매가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중소 제조사들은 사업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특판 시세를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도한 입찰 경쟁을 그만두라는 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개발 및 서비스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은 모두 안다. 그렇지만 당장 수익 개선이 시급한 기업 입장에서 이 말은 ‘배고픈 자에게 밭을 갈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판 가격 정상화는 끝내 요원한 걸까.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출혈 경쟁은 자제하자”는 제안은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일각에선 IPO 등을 염두에 둔 일부 기업들이 특판 수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돈다. 

기아의 본질적인 해결은 밭을 일구는 것 뿐이다. 결국 내수시장 포화는 품질 개선으로 풀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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