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권업계·지주 내 독보적 성과…배당 규모↑ 불가피농협금융지주 자금난 현실화…캐시카우 NH證 배당확대 지속 유도 전망"배당보다 유보금 쌓고 덩치 키워야" VS "김원규 사장 연임과 연결"
  • NH농협금융지주·농협중앙회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NH투자증권의 올해 현금배당규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온 가운데 지난해 뚜렷한 실적개선세를 보여 주주이익 극대화의 명분을 확보했고, 49.11%의 지분을 보유한 농협금융지주의 곳간을 채울 수 있는 현재 유일한 계열사로 꼽힌다.


    반면 내부적으로는 적극적인 배당보다는 자기자본 확충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내달 초까지 배당규모를 두고 지주와 의견조율이 지속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지난해 계열사 내 독보적 성과 시현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NH투자증권은 2632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2015년 대비 9.8% 증가한 수준으로 타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일제히 역신장해 NH투자증권의 실적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지주 내 계열사 중에서도 당기순익 규모는 독보적이다.


    지난해 NH농협금융은 3210억원(농업지원사업비(옛 명칭(브랜드)사용료) 부담전 60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지난 2015년 4023억원보다 813억원(20.2%) 줄어든 수준이다.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2016년 누적 당기순이익은 1111억원에 그쳤고, 농협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545억원, 농협손해보험은 353억원, 캐피탈은 3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자금난 시작된 농협금융지주·중앙회, 금융사들에 손벌릴 가능성 높아져


    문제는 이같은 관점에서 NH투자증권은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농협중앙회 및 농협금융지주와 배당규모를 두고 줄다리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배당규모를 감안한 통상적인 수준에서 배당을 추진하는 반면 농협금융지주는 보다 파격적인 수준의 배당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농협금융지주의 고배당 요구는 농협중앙회 안팎의 비용부담 증대가 주 원인이다.


    지난 2012년 신경 분리 당시 정부와 체결한 농금채 이자보전 시한이 올해 4조원, 내년 5000억원 만료돼 총 4조5000억원에 대한 이자부담을 직접 떠안게 된다. 이자부담 비용만 연간 17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역시 은행과 보험 등 타 계열사들의 전망이 불투명한 반면 증권업종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인 상황에서 지주의 NH투자증권을 통한 자금충원 전략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농협중앙회 역시 이자보존 부족분을 계열사 배당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NH투자증권도 올해는 물론 향후 수년간 배당을 늘려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은 보통주 1주당 400원을 현금배당했다.


    배당총액은 1206억원으로 전년 488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으며 지난 2007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이 2007년 기록한 1675억원 이래 최대 금액이다.


    NH투자증권의 2016년 당기순익이 전년대비 10% 가량 증가한 만큼 올해 배당규모 역시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 인사 채우기 나선 농협중앙회, 非농협 김원규 사장 연임 카드로 배당 꺼내나


    연임을 노리고 있는 김원규 사장의 거취도 이 부분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김 사장의 연임은 낙관적이었다.


    2014년 12월 31일 취임 이후 NH투자증권을 이끌어온 김 사장의 공에 대해 농협금융지주가 크게 만족해왔다.


    지주측은 김 사장이 농협과는 거리감이 있는 인물인 것이 사실이지만 합병 이후부터 지주와 지속적인 유대관계 형성에 힘써왔다고 평가했고, 앞으로도 NH투자증권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도 김 사장에게 증권을 더 맡기는 것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 연말부터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계열사들의 농협 인사 배치 기조가 감지되고 있어 김 사장의 연임 낙관론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지배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따라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김 사장 입장에서는 지분 49.11%를 보유한 농협금융지주에 확실한 배당금을 안기는 것이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가운데 고배당주로 이미 NH투자증권이 꼽히고 있어 배당에 대한 명분도 있고,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만큼 배당을 통해 지주 내 핵심계열사로서의 위상을 굳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금융지주가 향후 수년간 비용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NH투자증권의 지주 배당을 위한 배당규모를 올해만 올리기는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자기자본 확충 열올리는 경쟁사에 역행' 우려도

    관건은 NH투자증권 내부에서 나오는 우려에 대한 불식이다.


    경쟁사들이 지난해 M&A 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 확충에 성공해 NH투자증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반면 NH투자증권은 수익성 확대 외에는 자기자본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없다.


    NH투자증권 한 직원은 "투자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선 자본이 절대적이고, 우리회사 역시 이제는 압도적인 자기자본을 보유한 곳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배당에 초점이 맞춰지면 이익의 재투자가 소극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주주가치 극대화에 대한 방안도 이해하지만 증권업의 특수성을 주주들과 지주측이 어느 정도 이해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측은 배당은 공시 사항인 만큼 내달 6일 이사회에서 확정해 발표되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부 유보금을 다 써버리면 투자여력이 줄어드는 만큼 무리한 배당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동안 적정수준의 배당정책을 통해 주가도 견조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적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가지 정황상 전년대비 배당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무리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배당규모는 유보금(투자여력)과 주가 및 시총관리 사이의 적정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