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해외 추가원가율 반영 등… 4분기 실적 부진올해 전망도 부정적… "재무안정성 저하 우려"
  • ▲ 2016년 건설업체 신용등급 변동 및 2017년 초 등급. ⓒ한국신용평가
    ▲ 2016년 건설업체 신용등급 변동 및 2017년 초 등급. ⓒ한국신용평가


    지난해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사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해외 프로젝트에서의 손실 발생, 원가율 추가 조정 등으로 전분기나 전년동기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올해도 국내외 리스크가 상존해 있는 만큼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지속적이고 면밀한 모니터링을 이어갈 계획이다.

    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잠정실적이 공시된 주요 6개 대형건설사(현대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현대산업개발) 연간실적이 주택사업 호조로 전반적인 개선세가 이어졌다. EBIT/매출액의 경우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이 해외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면서 전년대비 2.2%p 감소한 1.6%에 그쳤지만 이 두 기업을 제외하면 4.8%로,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전분기 및 전년동기대비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연간 실적과 다르게 영업수익성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 분기검토보고서에 대한 회계법인의 '의견거절' 이후 과거에 비해 보수적인 관점에서 회계처리가 이뤄지면서 건설사들이 4분기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손실인식을 반영했고, 국내 주택사업에서도 가격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도급금액 증액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3분기까지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으나, 4분기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원가조정이 발생하면서 연간(별도) 영업손실 5030억원을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정유시설, 이라크 알 포우, 알제리 RDPP 등 해외사업에서 공기지연, 설계변경 등에 따른 프로젝트 원가율 상승 및 잠재손실 선반영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도 브라질 CSP제철소 사업과 관련한 추가원가가 발생했으며 사우디 아람코 황이송설비, 포스코엔지니어링의 가나 타코라디 발전소 등 해외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또 지난 2월 포스코ENG와의 흡수합병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연결기준 비용 1066억원이 발생함에 따라 영업손실 폭이 더 확대됐다.

    GS건설도 2013년 대규모 손실 이후 주택경기 호조에 따른 건축 부문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실적은 회복되고 있지만, 원가율이 100%를 웃도는 사업장의 기성 진행 및 추가 원가율 조정 등으로 2016년 EBIT/매출액이 1.3%에 그쳤다. 실제로 주택경기 호조로 건축 부문 매출총이익률이 15.3%에 달하지만, 플랜트 및 전력 부문의 부진한 실적으로 전반적인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대림산업 역시 주택경기 호전으로 2015년 이후 건설 부문 영업수익성이 회복되고 유화사업 부문도 원재료와 제품 간 스프레드 확대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다만 공사가 완료된 쿠웨이트 LPG Train4 프로젝트에 대해 발주처로부터 통보받은 LD(지체상금) 482억원을 반영하고, 북평화력발전 프로젝트 등 원가율이 상승하면서 4분기 실적이 다소 저하됐다.

    현대산업개발은 2013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주택경기 호전에 힘입어 영업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 다만 3분기 영업이익 3888억원·순이익 2570억원에서 4분기(잠정) 1284억원(-66.9%)·740억원(-71.2%)으로 영업성과가 낮아졌다.

    현대건설은 3분기까지 안정적인 실적이 유지되면서 연간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다만 4분기 해외 3개 현장에서 1000억원대의 초과비용(Cost overrun)이 발생되면서 영업이익의 경우 3분기 7507억원에서 4분기 3020억원으로, 순이익은 3903억원에서 2601억원으로 각각 59.7%, 33.3% 감소했다.

    문제는 해외건설 부진과 주택경기 하락 등 비우호적인 업황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한승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주요 건설업체들의 잠정실적을 분석한 결과 주택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어 주택경기가 침체로 전환될 경우 건설업체의 실적이 저하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일부 업체의 경우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여전히 잠재적 손실 발생 요인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국내 주택 사업의 경우 대출규제, 금리 상승 등 주택 수요에 미치는 부정적 요인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질적 측면의 미청구공사에 대한 리스크가 양적 감소에 비해서는 미진한 수준이며 상당수 적자 프로젝트의 준공시기가 연내 도래함에 따라 준공 과정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신평사들은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의 영업적자가 앞서 상당 수준의 손실이 반영됐음에도 공기지연이나 예상치 못한 추가원가 부담 등이 발생하면서 추가적인 대규모 손실이 나타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해외사업과 관련한 손실 위험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프로젝트별 진행률, 원가율 추이, 미청구공사 규모 등 해외사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과 수익성 개선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택사업에 대해서는 민간주택사업 비중 추이, 사업전략상 주택사업 확대 수준, 신규분양물의 분양성과 및 실제 계약률, 입주율,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추이 등을 중심으로 업체별 주택사업 관련 리스크 통제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주택경기 호조로 건설업체들의 주택사업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이익의존도도 커진 상황인 반면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가격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주택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과잉공급 및 미입주 위험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도 주요 건설사들의 해외 프로젝트들의 추가 원가율 조정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주택 부문도 단기적으로는 기진행 분양 프로젝트의 우수한 분양실적에 기반해 개선된 매출 및 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하반기 이후 입주물량 증가로 수급여건이 악화되면서 이익 및 자금창출의 비동조화(디커플링) 위험이 확대돼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