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일방적 주장'만 담아 사실인양 전달"거짓에 왜곡 심각…'저널리즘 기본 원칙' 조차 사라져"
  • ▲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이 지난해 1월 예방대책에 관한 조정안에 최종 합의 후 서명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삼성
    ▲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이 지난해 1월 예방대책에 관한 조정안에 최종 합의 후 서명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삼성


    반도체 직업병 논란과 관련한 삼성전자와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협상이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4일 '정치인과 자본가가 세상을 바꾼 적은 없잖아요'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2007년 3월 6일 세상을 떠난 故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인터뷰를 다루고 있다.

    문제는 해당 기사가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을 확인하지 않은채 전달하고 있어 직업병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한겨레신문은 황 씨의 입을 빌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삼성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사용하는 유해물질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을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신 의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61개의 유해화학물질 사용하고 있으며 해당 물질들은 발암성, 생식독성, 생식세포 변이원성, 특정표적 장기 독성, 호흡기 과민성, 피부 과민성 등을 일으킨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확인결과 이같은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대부분은 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대부분 공개되고 있으며, 2012년 공단이 공개한 '반도체 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에는 공정별로 사용되는 ▲화학물질 ▲유해 요인 ▲노출 시 증상 ▲관리 방법 등이 상세히 설명돼있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대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경부는 법이 정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 현황과 배출량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며 "모든 생산 라인엔 공정별로 화학물질안전자료(MSDS)를 비치해 근로자들에게 화학제품 이름과 구성 물질, 함량, 취급 방법 등을 상세히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각 공정별로 어떤 물질이 얼마나 쓰이는지는 삼성전자의 지적 자산이어서 외부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보보호법에 의해 영업비밀로 보호 받고 있다"며 "영업비밀 지정의 범위에 관해선 법이 정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옴부즈만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이 합의해 구성한 기구"라고 덧붙였다.

    생산라인 안에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게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안전과 보건에 관해 정부 산하 전문기관으로부터 매년 200차례 안팎에 걸쳐 각종 점검과 감독을 받고 있다"며 "특히 지난 2015년 1월엔 조정위원들과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가 함께 사업장을 방문해 생산 라인을 살펴본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 언론과 UN 특별조사관도 삼성전자의 제안으로 직접 생산 라인을 방문했다"며 "현재는 옴부즈만위원회의 조사연구진이 수시로 라인을 출입하며 종합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예방대책에 관한 조정안에 최종 합의한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은 옴부즈만 위원회를 통해 회사의 작업환경 점검 및 개선점을 확인해 예방대책을 세우는데 뜻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가 먼저 제3자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제안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제3의 중재기구는 2014년 4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이 삼성 측에 제안한 방안으로 심 의원과 반올림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반올림과 삼성전자는 직접 협상을 진행했지만 난항을 겪었고, 6개월이 지난 2014년 10월 가족대책위원회가 조정위원회를 통한 해결을 제안해 반올림과 삼성전자가 이를 받아들여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가족대책위는 반올림과 함께 활동하던 피해자 또는 가족 8명 가운데 6명이 반올림의 일방적인 협상 태도에 반발해 2014년 8월 독립해 구성한 단체다.

    기사에서 수 차례 제시된 피해자 숫자 역시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반올림은 지난해까지 반도체 관련 시설에서 근무해 30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79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숫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올림과의 수차례의 협상과정에서 피해자와 사망자에 대한 명단을 요청했으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명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반올림이 피해자 규모를 임의로 바꿔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7일 미디어스는 '삼성전자, 발암·화학물질 사용 300여명 사상자 발생'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반올림에 신고한 피해자 수는 300명에 달하며 이 중 약 110명은 사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서 나온 것과 같이 백지퇴직원을 받아 갔다는 주장과 500만원 회유설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사에서 언급한 당사자가 자필로 서명한 퇴직원을 보존하고 있으며 확인이 필요하다면 공개할 수 있다"며 "피해자 가족에게 500만원만 지급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몇 차례에 걸쳐 지급된 치료비와 위로금 등의 증빙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이 보상기준과 보상금액을 마음대로 책정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상 대상 질병과 최소 재직 기간, 퇴직 후 발병 시기 등 보상 기준은 2015년 7월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보상금 역시 기존에 지출한 치료비는 전액 지원하고 향후 치료비는 현재 병의 진행 상황 등을 따져 전문가가 선정해서 지급됐다. 이를 포함해 위로금 등의 산정 방법은 보상 접수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하게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과 관련한 합의 내용을 외부에 발설할 경우 보상금을 회수한다는 주장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상금을 지급 받은 분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선 2015년 10월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공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온라인 채널 뉴스룸을 통해 "한겨레신문이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3개 면에 걸쳐 게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해당 문제가 올바로 해결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한 기사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