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현 의원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구제법' 발의 논란"피해자 가족 '합의 내용' 뒤집어…현행법과 겹쳐 중복 규제 우려도"


  •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상식적인 주장이 되풀이 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습 국면에 접어든 문제에 불을 지피면서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구제법'을 발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2007년 3월 6일 세상을 떠난 故황유미 씨의 10주기를 맞아서다. 해당 법안은 삼성전자가 피해자를 위해 기부하기로 한 1000억원으로 기금을 설치하고, 운영을 근로복지공단에 위탁해 신속·공정하게 집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법안 속 내용의 출발점은 2014년으로 거슬러간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삼성전자, 가족대책위(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등은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 절차를 진행했으나 매번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제3의 중재기구를 제안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의 요구로 김지형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한 조정위원회가 그해 10월 발촉됐다.

    조정위는 기나긴 조정 절차를 거쳐 2015년 7월,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설립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조정위 김 전 대법관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업체,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의 기부로 공익법인을 설립한 뒤 마련된 재원으로 보상에 나서야 한다"며 "공익법인은 법률가 단체, 시민사회 단체,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등에서 한 명씩 추천을 받아 구성된다"고 구체적인 기부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조정위가 권고한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범위 및 업무관련성, 직업병 종류 등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병에 걸린 근로자 편에 서겠다는 의미로 권고안 대부분을 수용했다. 다만 공익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기업 입장에서 공익법인의 활동이 현행 법과 겹쳐 중복 규제를 받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회사 내부에 조성해 피해자에게 보상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추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과 연구 활동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올림은 공익법인 설립을 주장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고, 협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 의원이 자사를 직접 명시한 법안을 발의하자 삼성전자는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법안 내용이 조정위에서 피해자 가족들과 합의한 내용을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직업병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도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대승적인 보상을 약속한 바 있다"며 "해당 법안은 기존 합의한 내용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해당 법안이 기존 산업재해보험(산업재해보험보상법)을 무력화시키는 초법적인 발상이라 걱정했다. 4대 기업 한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존 산재제도가 무력화되고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특정 기업을 타겟으로 한다는 사실도 문제다. 반도체는 삼성만 만들고 있지 않다. 언제든 법을 고쳐 다른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재계 1위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근거없는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우려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여당 의원들이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 등에 대한 청문회를 시행하기로 의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직업병 발병 원인을 확인하겠다는 이유로 ▲주요 공정도 ▲사업장별 공정도 ▲공정별 화학물질 목록 및 사용량 ▲삼성이 자체 개발한 화학물질 ▲1~4차 협력사 목록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 상당수를 요구해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영업비밀을 내세워 유해물질을 공개하지 않아 백혈병 등 각종 직업병이 발생했다는 흠집내기식 폭로전을 벌이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해 흠집내기식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며 "해당 문제가 신속하고 올바르게 해결될 수 있도록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