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회복 우선"… PEF 연장 가능성 제기주가부양 녹록지 않아… 인수대상자 찾기 난제
  • ▲ 대우건설. ⓒ뉴데일리경제DB
    ▲ 대우건설. ⓒ뉴데일리경제DB


    대우건설 매각이 최대 1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 주가대로라면 투자비용 회수는커녕 절반 이상 손실을 입어야 하는 처지인 만큼 주가를 정상화시킨 뒤 매각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해 정상화 기틀을 마련했고, 탄핵정국으로 청와대 등 윗선 입김이 덜한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 중론이다. 매각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7일 업계를 중심으로 대우건설 매각시기가 내년 이후로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사모펀드(PEF)를 1년 연장해 '건강한 매물'로 만든 후 공고시기를 정할 것이라는 연장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 등에 투입한 금액은 모두 3조2000억원가량으로, 현재 대우건설 주가가 주당 6000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수조원대 손실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공고를 늦추고 주가 부양을 위한 실적개선에 집중할 것이라는 얘기다.

    산은은 PEF인 KDB밸류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PEF는 오는 10월 만기가 도래하며 산은 측은 만기 이전에 전량 매각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헐값에 내놓을 이유가 없고, 시장에서도 살 곳이 없다는 현실론이 이 같은 설에 힘을 더하고 있다. 특히나 매각이 어려운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대우건설 기업가치부터 올려놓는 게 우선이라는 안팎의 지적도 있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을 둘러싼 관심사는 매각이 아니라 회계와 관련한 불신을 어떻게 씻어내느냐다"며 "매각보다는 기업가치 회복이 우선이라는 논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매각 연장설'이 위험하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건설업황 부진으로 주가 부양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주가를 끌어올리더라도 매출 11조원 규모 기업을 인수할만한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일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언급한 매각 적정주가인 주당 1만3000원이라는 액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이동걸 회장은 "대우건설은 국내 톱3에 들어가는 건설업체인데, 현재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진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산은 기준으로는 1만3000원 정도 돼야 한다"며 "명백히 손실을 보고 팔기는 힘들다. 명쾌히 정리해서 건강한 매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은 헐값에 대우건설을 팔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침체된 건설업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박영식 전 대우건설 사장도 재임 기간 10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음에도 재신임 받지 못한 것이 주가 부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영식 전 사장의 퇴임 당시 주가는 취임 때보다 10%가량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오너경영인이나 전문경영인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라며 "실적과 수주만이 주가 반등의 해답이 아니라 계열사들의 상황을 비롯한 대내·외적인 변수들이 주가 등락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대우건설 주가가 이 정도로 오르려면 기본적으로 실적이 받쳐줘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분기당 2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1만원대 이상으로 대우건설 주가가 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대우건설을 비롯한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수주 리스크에 시달리면서 건설업종 주가가 지지부진한 점도 주가 부양에 부정적이다. 여기에 트럼프노믹스, 국내 대선 등 국내외 이슈도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사들의 주가는 주택규제 완화와 경기 개선으로 2014~2015년 상승하기도 했으나, 최근 5년 동안 고점이 계속 낮아졌다"며 "이는 해외 부문의 적자 지속과 신규수주 부진이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는 국내 주택 부문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되면서 주가가 저점을 형성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도 대우건설의 12개월 목표주가를 1만원 이상으로 전망하는 곳이 없다. 증권사가 내놓은 목표주가를 보면 △키움증권 9600원 △KTB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8000원 △동부증권 7800원 △케이프투자증권 7200원 △하나금융투자 7000원 △미래에셋대우 6300원 △한화투자증권 6000원 △이베스트투자증권 5930원 등으로, 연내 대우건설의 주당 가격이 1만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은 주택 관련 매출 비중이 50%에 달할 정도로 주택에 편중된 사업구조가 불안한 모습"이라며 "게다가 당분간 해외 플랜트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판단했다.

    대우건설을 바라보는 신용평가업계 시각도 여전히 우려스럽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의 잠정 실적 발표 직후 신용등급을 각각 'A-'로 한 단계 강등했으며, 이에 더해 등급 하향 검토 대상으로 유지시켰다. 아직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이 발표되지 않은데다 4분기 진행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인프라·플랜트 프로젝트의 원가율이 상승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기평 측은 "주요 손실 프로젝트의 진행률이 50% 안팎에 그치고 있어 추가 원가 발생 가능성이 여전하고, 그 외 해외프로젝트 역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해외사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수익성 개선 가능성 여부에 대해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표대로 주가가 올라가더라도 문제다. 이동걸 회장이 설정한 주가대로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최종 매각가격이 3조2000억~3조3000억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인수대상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부영이나 호반건설 등 국내 중견건설사가 사모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지만, 인수 성공에는 힘겨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규모면에서 매출이 10조원이 넘는 대우건설보다 작아 '대우건설맨'들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건설이나 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이 인수에 나서더라도 금호산업이 '승자의 저주'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낸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어려워 보인다. 케이스톤이나 중국 등 국내외 펀드도 입질을 하고는 있지만, 자금사정 등이 불확실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돈이 들어올 수 있어 '먹튀'나 '국부유출' 논란 등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이 매각 타이밍을 놓칠 경우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산은이 눈치를 봐야하는 금융위원회나 정부부처 등 윗선이 거의 없는 올해가 가장 좋은 매각타이밍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산은에 좌우되다보니 청와대는 물론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을 비롯해 힘 있는 정치권 실세들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실제 지난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박창민 사장도 정치권 낙하산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만큼 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터라 대우건설 매각작업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 탄핵정국이 되레 이 같은 부담감을 덜어줬다는 평이다. 정치권이나 정부부처로부터의 간섭 없이 소신껏 일처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건이 터지면서 대우건설이 똑같은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는 명분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

    산은이 비금융 자회사 매각이라는 원칙과 명분을 내세워 매각을 밀어붙인다면 이를 말릴만한 부처나 기관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일단 앞에 놓은 한 단계, 한 단계 숙제들이 문제없이 해결돼야 한다. 무엇보다 감사보고서가 '적정'으로 나오는 것이 먼저"라며 "대우건설의 자구노력 역시 전제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경우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매각가격을 책정하고, 나름의 전략을 세워 매각에 임하고 있다"며 "최근 매각시기 등을 두고 쏟아지는 여러 전망은 다소 극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능한 올해 10월로 예정된 PEF의 만기 이전에 매각을 완료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대우건설의 실제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