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다고만 할 순 없는 '인공 풀뿌리' 운동

[마케팅 버즈워드] 애스트로터핑, 소셜시대 여론주도 무기로 부상

이연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3.07 17: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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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버즈워드] 애스트로터핑 Astroturfing 



현대사회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이 발명된다. 과거에 없던 물건이 탄생하면 이름도 필요하게 되는데, 많은 경우 최초 발명가의 이름이나 대표적 제조업체의 브랜드 명이 보통명사를 대체하기도 한다. 롤러블레이드, 스카치테이프, 벨크로, 테이저, 제록스, 포스트잇, 스티로폼, 프리즈비, 훌라후프, 윈드브레이커 등 그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구글의 경우 이제 ‘검색하다’라는 의미의 동사가 되어버렸다. 

근래 들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 ‘애스트로터핑(AstroTurfing)’도 역시 상품명이 일반명사가 되어버린 데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애스트로터프(AstroTurf)는 인공잔디의 상품명이다. 1965년 처음 발명될 당시만 해도 합성소재를 사용했다는 의미의 켐그라스(ChemGrass)라 불렸다. 애스트로터프로 이름이 바뀐 것은 이듬해 휴스턴의 애스트로돔(Astrodome)에 사용되면서부터다. 프로야구단 ‘휴스턴 애스트로’의 홈구장이던 애스트로돔에는 이 때 사상 최초로 움직이는 전광판도 설치됐는데, 이후 움직이는 전광판은 이 구장의 이름을 따라 애스트로라이트(Astrolite)라 불리게 됐다. 

애스트로터핑의 기원은 주로 정치활동에 사용되던 ‘풀뿌리 운동(Grassroots movement)’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집단적 움직임을 통해 정치활동의 기반을 굳히는 것이다. 최근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풀뿌리 운동 사례로 ‘티파티(Tea Party)’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알고 보면 풀뿌리 운동이 아니라 공화당의 지원을 받는 애스트로터핑’이라고 비난한다. 애스트로터프가 ‘가짜 풀’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애스트로터핑’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것은 1985년 보험회사 관련 입법을 추진하며 무수한 편지로 인해 고생하던 텍사스 상원의원 로이드 벤트센이었지만, 사실 이런 ‘애스트로터핑’은 인류가 사회와 국가를 이루면서 항상 존재해왔다. 역사를 살펴봐도 애스트로터핑에 해당하는 가짜 풀뿌리 운동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저의 암살, 프랑스 혁명, 그리고 90년대 미국 담배회사들이 후원한 흡연자 권리 연맹 이면에도 애스트로터핑은 있었다. 

인터넷을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기 전에는 주로 ‘전통적’인 매체가 애스트로터핑에 사용됐다. 입법이 원하는 데로 이뤄지도록 국회의원에게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거나, 이익단체나 기업이 일반대중을 가장해 민간단체를 조직하는 것 등이다. 이런 애스트로터핑은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가 일반대중에 보급되면서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인터넷은 익명이나 차명을 사용하기 용이하고, 시간이 절약되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정치적 사회적 사안이 생길 때마다 무엇이 정말로 일반대중의 의견인지 구분하기 정말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수많은 유령 지지자들을 만들어내고, 대기업은 자신이 설립해서 소유한 소매점들이 연대를 결성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게 이끈다. 새로운 매장을 개장할 때는 사람들을 고용해 매장 앞에 장사진을 이루게 한다. 뿐만 아니다. ‘생생한 일반소비자 후기’, ‘흔녀(흔한 여자)의 XXX 사용 후기’ 식으로 수많은 콘텐트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무차별적으로 노출시킨다. 

인간의 인식체계는 매우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이어서, 일단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각을 바로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 한편으로 인간에게는 자신과 유사한 처지의 사람들 말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 정문 앞에서 벌이는 일인시위가 때로 치명적일 수 있는 건 그런 이유다. 사람들은 대기업이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작성한 공식성명보다, 다소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일반 개인의 목소리를 더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진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진실’의 의미가 ‘우리 편이 주장하는 것’, 혹은 ‘내가 믿고 싶은 것’으로 둔갑한 지 오래다. 여기엔 권위에 대한 불신, 강자보다 약자를 두둔하려는 언더독(Underdog) 현상도 한 몫 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면, 일반대중 - 혹은 약자 - 을 가장하거나 그들의 목소리를 빌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한 쪽으로 기울어진 여론은 그 방향으로만 치닫는다. 인간의 인식체계를 생각해보면, 이미 판세가 기울어진 여론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는데 애스트로터핑만한 것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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