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상장사, 섀도보팅 전제로 도입신청…전자투표 자체는 머뭇예탁결제원, 상장사 독려에서 자산운용사 등 주주들 대상 합리성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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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예탁결제원

    12월 결산 상장기업들의 본격적인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전자투표제도 도입을 숙원사업으로 진행 중인 한국예탁결제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다만 대다수 기업들이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부작용과 불리함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예탁결제원은 상장사들의 설득에서 주주들이 전자투표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장사들에 전자투표 도입을 압박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매년 수백여개의 상장사가 '한날 한시'에 주총을 실시하는 '슈퍼 주총데이'가 올해 역시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투표가 활성화되면 우선 매년 문제로 제기돼 온 '슈퍼 주총데이'의 병폐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탁결제원은 주주 권리보호의 핵심 수단으로 전자투표를 대안으로 내세우며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반면 실제 이용 현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10곳 중 4곳이 전자투표 또는 전자위임장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 이용률은 전자투표 541사, 전자위임장 530사로 각각 27%와 26%를 기록 중이다.


    업계는 상장사들이 전자투표제를 도입에 이용률이 낮은 것은 대다수 기업들이 섀도보팅을 목적으로 전자투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섀도보팅은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제도로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예탁결제원이 참석 주주들의 실제 찬반 비율에 따라 대신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이다.


    다만 기업들은 섀도보팅을 이용해 정족수를 확보, 대표이사 및 감사 선임 등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자의적으로 내린다는 논란이 일어 폐지가 결정됐지만 다만 갑작스런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전 주주대상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한 상장사에 한해 올해 말까지 섀도보팅제도가 유예된다.


    실제 섀도보팅이 유예 없이 2015년에 폐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던 2014년에는 다수의 기업들이 섀도보팅으로 감사를 잇따라 선임한 바 있다.


    섀도보팅이 폐지되는 올해 역시 주총에서도 같은 안건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섀도보팅을 목적으로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 상장사 대부분이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는 올해 이후에는 전자투표제를 거부하는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면 전자투표 이용 회사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섀도보팅 유예를 내세워 전자투표 도입을 독려했던 예탁결제원과 금융당국은 전자투표 도입 및 확산에 대한 전략 대상을 상장사에서 주주들로 넓히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사의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행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예탁결제원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서비스 제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투자를 목적으로 상장사 지분을 대규모로 들고 있는 자산운용사가 의결권 행사자로서 투표에 적극 나설 경우 해당 상장사들 역시 이를 적극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KB·삼성·한화자산운용 등 국내 26개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의결권서비스에 참가하고 있고, 지난해 기준으로 7개 자산운용사에서 7200만주에 달하는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이 행사됐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와 같이 지분 보유율이 높은 주주들이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해 이들이 상장사에 제도 도입을 유도하고 압박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은 일반 주주들을 대상으로도 전자투표제도의 합리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전자투표는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주주총회를 개최해 발생하는 무더기 의결권 포기 또는 위임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편의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작업도 병행 중이다.


    전자투표 시스템과 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사이트를 연계해, 주주에게 기업정보 등 권리행사 필요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주주가 전자투표 등 의결권 행사에 앞서 기업의 재무상태 및 경영 일반에 대한 정보를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주주가 전자투표 시스템에 접속해 전자투표 행사가능 회사 리스트를 조회한 후 회사명을 클릭하면 세이브로 사이트로 이동하도록 시스템을 연계했다.


    주주는 해당 기업의 기본정보(기업 개요, 일정 정보, 재무제표 등)를 확인한 후 전자투표 시스템에서 전자투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같은 서비스는 주주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해 주주 편의를 제고하는 한편 전자투표 제도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주들은 전자투표 행사대상 기업의 일반 정보에서부터 재무정보, 사회적 책임 경영 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 가능해 쉽고 편리하게 의결권 행사 가능해 전자투표 이용률 증가에도 기여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또 지난해 네이버와 와이즈에프엔과 업무제휴로 전자투표 도입기업의 정보를 제공해 주주들이 네이버나 증권사HTS 등을 통해서도 주주총회 일정 및 전자투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주주총회는 기업의 한해를 결산하는 중요한 행사로 모든 주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주총이 형식적인 행사로 생각하고 있다"며 "전자투표와 같은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낙후된 국내 기업문화도 한층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시스템 개선과 서비스확장 노력과 동시에 발행회사를 대상으로 안내를 제공하고 설명회나 주주대상 안내문 발송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