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증권 등 주요 계열사 내 은행 출신 임원 대거 포진전문가 사라지고 은행맨 발탁 전문성 떨어진다는 지적
  • (왼쪽부터) 하나·KB·신한금융지주 건물 전경. ⓒ 각사
    ▲ (왼쪽부터) 하나·KB·신한금융지주 건물 전경. ⓒ 각사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이 계열사 대표이사 인선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업계 전문가를 기용하기보다는 은행 출신 임원들에게 대폭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9일 KB·하나·신한금융지주가 실시한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 은행 출신들을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 ◆KB금융, 증권·생보·자산운용만 전문가 발탁…자회사 11곳 중 8곳 은행 출신 CEO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계열사 인사를 단행한 KB금융은 은행을 제외한 11곳의 자회사 가운데 총 8곳에 은행 출신 임원들을 대표 이사로 중용한 상태다. 

    KB자산운용·KB신용정보·KB데이타시스템 등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된 계열사 중 KB자산운용을 제외한 2곳은 국민은행 임원들이 차지했다. 

    김해경 KB신용정보 대표는 은행에서 ‘영업통’으로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KB신용정보 부사장을 지낸 뒤 올해 KB금융 첫 여성 CEO로 올라섰다.

    KB데이타시스템 사장 자리에는 이오성 전 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이 낙점됐다.  

    아울러 사장 임기가 만료됐던 KB캐피탈·저축은행·부동산신탁·인베스트먼트 등 자회사의 CEO들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대부분 지역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영업력으로 무장된 은행 출신 임원들이 안착한 곳이다. 

    KB금융 내에서 증권과 생명보험, 자산운용만 비은행 출신 대표들로 선임됐다. 지난해 현대증권과 합병으로 탄생한 KB증권은 윤경은 전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전 KB투자증권 사장이 공동 운영 중이다. 

    윤경은 사장은 LG선물, 굿모닝신한증권, 솔로문투자증권을 거쳤고 전병조 사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 정책과장을 역임한 뒤 KB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정통 증권맨과 관료 출신 CEO가 KB증권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신용길 KB생명보험 사장은 과거 교보자동차보험 대표이사를 지냈고,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은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해당 업계 전문가로 실력을 인정받아 계열사 대표이사로 발탁된 것으로 풀이된다.

  • ◆하나금융, 은행 출신 중심 인사 매년 단행…금투·자산운용만 업계 전문가 기용

    은행 출신을 중심으로 계열사 인사를 단행해온 하나금융은 올해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올해 계열사 대표가 바뀐 하나캐피탈과 하나펀드서비스에는 각각 윤규선 전 하나은행 부행장과 오상형 하나은행 전무를 선임했다. 

    하나금융은 자회사 11곳 중 하나금융투자와 자산운용을 제외한 9곳에 모두 은행 출신 임원들을 대표이사로 중용한 상태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은 취임 후 줄곧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들을 계열사 CEO로 발탁해왔다. 

    하나카드·생명보험·자산신탁을 이끌고 있는 정수진, 권오훈, 이창희 사장 모두 은행 출신이다.

    은행에서 리테일영업그룹 부행장을 맡았던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은 과거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로도 선임된 바 있다.

    최근 SK텔레콤과 합작해 만든 자회사 하나SK핀테크에도 예정욱 전 하나은행 미래금융혁신부장을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주요계열사 중 하나금융투자에만 증권업계 출신인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영입했고, 나머지 보험이나 카드사는 은행과 금융지주 부행장 출신 임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은행 출신 전진 배치·전문가 발탁 잠잠 
      

    그동안 업계 전문가 모시기에 공을 들여온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은행맨을 계열사 사장으로 대거 배치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신한금융투자다.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 출신으로 증권업계 베테랑으로 꼽힌 강대석 사장이 물러나고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김형진 신금투 신임 사장은 은행 기업금융담당 부행장, 데이터시스템 사장, 지주 부사장 등 요직을 맡은 인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증권업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김 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신한금융투자를 이끌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신한금융지주 내 두 번째로 덩치가 큰 신한카드 대표이사 자리에는 임영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발탁됐다.

    은행 출신 CEO였던 위성호 전 사장 체제에서 신한카드가 업계 1위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내왔던 만큼 별다른 우려없이 은행맨을 다시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임기가 끝난 윤승욱 전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 부행장도 계열사인 신한신용정보 CEO로 자리를 옮기는데 성공했다.

    신한금융은 11곳의 자회사 중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병찬 사장이 이끄는 신한생명과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신한PE를 제외한 9곳 모두 신한은행 출신 임원들로 채워지게 됐다. 

    이처럼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 사장단 내 은행 출신 임원들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이나 증권, IT 등 은행업과 다른 특성을 가진 계열사에 은행 출신 CEO 선임을 반복하면서 전문성과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계열사 대표 자리에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는게 아니라 임기가 끝난 은행 임원들을 선임하는 보은성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내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부문 강화에 적극 나섰지만, 계열사 업권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은행 임원들을 자회사 수장 자리에 앉힌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