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늪'에 빠진 건설업계, 인력이탈 '속출'

이직인원 '늘고'·신규채용 '줄고'… 건설업계 '인력난' 우려

수주난 해외부문·부동산 침체 주택부문, 인력 이탈 가속도
"신규 채용 늘릴 요인 없어…인력 단절 우려"

성재용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3.14 16: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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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뉴데일리경제 DB


해외수주 부진과 국내 주택시장 감소, SOC 예산 축소 등 건설업계가 직면한 리스크에 이탈하는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파트는 석유화학부문으로, 국내 주택부문은 신탁사로의 이직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보수적인 신규채용으로 신입사원마저 줄어든 터라 '인력난'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합작회사와 쿠웨이트 석유공사 자회사 등이 중동 현지와 아시아 석유화학플랜트에서 근무할 엔지니어를 뽑고 있다.

이에 대림산업·GS건설·SK건설 등에서 근무 중인 석유화학플랜트 분야 엔지니어들이 관련 채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이 2006년 164억달러 이후 가장 낮은 282억달러에 그치는 등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국내 유관기업이나 해외취업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중동 국영 석유화학기업들의 경우 최근 저유가 지속 등으로 대규모 채용이 거의 없었던 만큼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채용만 된다면 억대 연봉을 거머줠 수 있을 뿐더러 자녀 교육비 지원 등 국내건설사보다 나은 조건에 근무할 수도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중동 회사들이 정유나 화학회사 엔지니어를 더 선호한다고 하는데, 건설사 플랜트 인력들에도 관심이 상당하다"며 "특히 국내 건설사 해외 파트의 경우 최근 실적 악화로 대부분 분위기가 좋지 않아 기사방석인데다 조건이 좋은 아람코 등에서 한국 엔지니어를 뽑는 일도 최근 몇 년간 없었던 만큼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국내 주택부문에서는 부동산신탁사로 눈을 돌리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이는 최근 건설사들이 지난해 반짝 호조를 보였던 주택사업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인력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데 반해 신탁사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인원을 보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토지신탁은 최근 삼성물산에서 부장과 과장급 직원 두 명을 채용했다. 현재 한토신 도시재생팀 8명 중 5명이 삼성물산을 포함한 포스코건설·삼호 등 시공사 출신이다. 한토신은 상반기 중 시공사에서 4명 정도를 더 뽑을 예정이며, 이 가운데 2명은 도시재생팀에 배치할 계획이다.

코리아신탁도 도시재생본부장과 팀장이 모두 삼성물산 출신이다. KB부동산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경우 정비사업팀을 이끄는 수장이 모두 대형건설사 출신이다. 한자신은 지난해 SK건설에서 도시재생실장을 영입했으며, KB신탁 정비사업팀장은 두산중공업 출신이다.

B신탁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대형건설사 주택사업부 출신 인력을 일부 영입했다"며 "앞으로 관련 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도시정비 경력을 갖춘 인력 영입은 추가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신탁 관계자도 "대형건설사에서 이직한 고급인재들이 많아지면서 건설·부동산 관련 전문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신탁사들이 정비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대형건설사 인력의 이직 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문제는 이탈하는 인력에 비해 신규채용 인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은 올해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해 고용확대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외건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사의 경우 저유가로 2015년부터 감소한 해외수주의 반등여지가 크지 않고, 국내주택에 집중하고 있는 중견사들은 부동산 규제 등 여파로 점차 먹거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다.

대형건설 D사 관계자는 "해외 프로젝트 현장들이 준공되기 전에 신규 해외수주를 따야 고용유지 및 확대가 된다"며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해외수주가 줄어들고 있어 기존 현장 준공 후 대기인력을 남아있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상황"이라고 직언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임직원 수는 모두 5만3150명으로, 전년동기(5만4284명)에 비해 2.08% 줄어들었다. 이들 중 대우건설(604명), 대림산업(234명), 현대산업개발(114명)을 제외하면 100명 이상 고용이 늘어난 곳이 없다. 삼성물산, SK건설은 구조조정 등으로 직원 수가 각각 1392명(11.5%), 390명(6.7%) 감소했다.

최근 2~3년간 활황기를 맞은 국내 주택시장도 다소 침체될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의 고용확대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예상도 많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과 깐깐해진 대출규제로 주택시장이 냉각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중견건설 E사 관계자는 "2014년 하반기부터 분양경기가 살아나면서 공채를 포함해 세 자릿수 이상 인력을 확충했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규모가 작을 것"이라며 "업계 전반적으로 고용을 늘릴 요인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건설업계 채용축소가 자칫 국내 건설기술 맥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험이 중시되는 업계 특성상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엔지니어 양성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영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국내 건설사나 엔지니어링업체가 최근 몇년간 신입 인력을 많이 채용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건설 산업의 인력이 단절될 수도 있다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본다"며 "청년 엔지니어의 진입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현장 실무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언구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장은 "이대로 가면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 사회에서는 결국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는 3D 산업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어렵더라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에게 충분한 보수와 고용안정 및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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