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회복 및 수출 경쟁력에는 긍정적신흥국 경기 침체 및 이자 부담은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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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별로 다르다. 미국 경기회복의 신호탄이란 의미와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신흥국 경기 침체 측면에서는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3개월만에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복잡한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전체적으로 일장일단이 있으며,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자동차 업계는 미국 금리인상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면 미국의 내수 회복과 소비 진작이 기대된다. 여기에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수익성 개선도 예측된다.

     

    하지만 할부금리가 올라가면 소비자 부담이 가중돼 자동차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이 금리 상승에 따른 할부금융 위축과 소비심리 둔화로 전년 대비 0.1% 줄어든 1748만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은 신흥국에 퍼져 있던 자본을 미국으로 회귀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신흥국 입장에서 악재다. 신흥국의 달러 유동성 부족 심화는 경기침체로 이어져 자동차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따라서 현대·기아차 등 신흥국 공략에 힘을 쏟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는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더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북미 지역으로 차량을 수출하고 있는 자동차 기업은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이 있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북미 수출은 전체의 46.50%인 116만5535대다. 올 들어서는 지난 1월에 8만5070대를 수출했다. 전년 동월 대비 11.22% 감소한 수치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유가와 원자재가격은 달러 가치와 반대로 가기에 미국 금리 인상 시 신흥국 중심으로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 또 미국에서 할부로 차를 사려는 수요가 위축될 여지가 있다"며 "다만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이어서 갑작스러운 달러 강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선·철강업계, 영향 적지만 환율과 유가 추이에 '주목'

     

    조선·철강업계는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변동은 철강의 수출, 조선의 수주 경쟁력 등에 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이 중심인 철강산업에 긍정적인 측면이다. 

     

    반면 원료 구매에서는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국내 업계는 철광석, 원료탄 등 철강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원료를 비싸게 구매할 수 밖에 없다. 

     

    포스코를 비롯한 대부분의 철강사들은 환엣지 등 환율변동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기에 미국 금리 인상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내츄럴 환엣지 등으로 환율 변동에 대처하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포스코 수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종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을 넓게 보면 환율, 유가를 변동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선박 금융 등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조선업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원화가 약세 전환되면 수주 경쟁력을 가져올 수 있는 이점도 있어 유불리를 쉽게 따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부채 많은 항공업계, 이자 부담 가중될 듯

     

    항공업계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부채 관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달러화를 통해 항공유 구매,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차입금 15조3900억원 가운데 약 62.5%가 달러 부채에 달한다. 때문에 달러에 민감하다. 일례로 지난 2월 기준 환율 10원 변동 시 약 86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게 된다. 평균금리 1% 변동 시 950억원의 이자비용 증감이 발생한다. 유가의 경우 배럴당 1달러 변동 시 약3300만 달러의 손익 변동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비해 달러부채 비중이 낮지만 영향은 불가피하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차입금 4조4352억원 가운데 33.3%가 달러부채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모두 올해 신규 항공기 도입을 하고 있어, 항공기 리스 비용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올해 대한항공은 총 16대, 아시아나항공은 4대의 신규 항공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은 변동금리 차임금에 대한 비용상승과 연결된다"며 "단, 항공업체들에게 재무적으로 워낙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부분이라 이에 대해 상시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