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날짜별로 기업 숫자 제한 등 개선 필요"
  • ▲ 관련 사진. ⓒ뉴데일리경제DB
    ▲ 관련 사진. ⓒ뉴데일리경제DB

    국내 상장사의 절반 가량이 같은 날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주총 시기마다 특정 날짜에 몰아서 주요 기업이 주총을 열어 소액주주의 참여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7일까지 주주총회 일정을 공시한 12월 결산 상장사 2052곳 중 45%에 달하는 924곳이 오는 24일 주총을 연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과 지주회사 전환 등의 이슈가 있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호텔신라·삼성SDI 등 삼성그룹과 SK하이닉스·SK텔레콤·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롯데케미칼·롯데칠성음료 등 롯데그룹, GS그룹, 한진그룹 등의 상장사 주총이 한꺼번에 열린다.

    계열사 여러 곳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주총에 동시에 참여할 수 없어 의사 표현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달 중에는 24일을 포함해 금요일(3·10·17·24·31일) 주총을 여는 상장사가 1317곳으로 64.2%를 차지했다.

    상장사의 주총 쏠림 현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예탁원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2월 결산 상장사의 주총 현황을 분석한 결과 3월 21∼31일 사이에 열린 정기주총이 7041차례로 전체(8874차례)의 80%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도 3월 마지막 금요일에 주총을 연 상장사 비율이 41.4%였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의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액주주 참여가 늘어나면 예측 불가능한 잡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봐서 많은 주총이 열리는 날을 선호할 수 있다"며 "이는 소액주주 권리를 제한하므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의 권리 행사 방법으로 제시된 전자투표제 도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자투표제를 채택하면 소액주주들은 주총 장소를 직접 찾지 않아도 인터넷투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달 16일까지 주총에서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제도를 이용하겠다고 밝힌 상장사는 전자투표 655곳, 전자위임장 644곳으로 상장사 2000여 곳의 3분의 1가량에 그친다.

    전자투표나 전자위임장을 도입을 결정한 기업들의 상당수는 이른바 '섀도보팅제' 때문에 이 제도를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섀도보팅은 예탁기관인 예탁원이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주주들의 의결권을 참석주주의 찬반투표 비율대로 행사해주는 제도로 소액주주가 참여하지 않아도 주총의 성립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 섀도보팅을 폐지하려고 했지만 기업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3년간 유예하면서 유예조건으로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제도 도입을 내걸었다.

    안 연구위원은 "주총은 기업과 주주 간의 의사결정 과정으로 제도적으로 개최 날짜 등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전자투표제나 전자위임장 등 다양한 주주권리 행사 장치가 활성화돼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대만처럼 주총 날짜별로 개최 가능 기업 수를 정하는 등 기술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