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아닌 건강 위한 투자…'내 몸은 내가 신경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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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35·여)씨는 지난겨울 온라인으로 실내용 헬스 자전거를 주문했다.

     

    날이 추워 밖에서 운동하기는 싫지만, 건강을 지켜야 의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20여만원을 결제하면서도 '지출'이 아니라 '투자'라 여기기로 했다.

     

    집에서 사이클을 탈 생각에 A씨는 최근 다양한 종류가 출시되는 '애슬레저'(운동과 레저 합성어로 '가벼운 스포츠' 의미) 제품 중 하나인 트레이닝복도 함께 주문했다.

     

    상·하의 세트에 10여만원으로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혼자 운동한다고 해서 나태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만반의 준비를 하기로 했다.

     

    평소 대여섯 가지 종류의 건강보조제를 먹는 A씨는 자신이 먹을 비타민을 사면서 남편(43)용으로 J브랜드의 홍삼 농축액도 함께 주문했다.

     

    다른 건강기능식품 업체와 비교했을 때 가격은 가장 고가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J브랜드만 고집한다.

     

    이처럼 지속된 불황에도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웰빙족'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건강기능식품과 운동기구 등 건강 관련 제품들의 판매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고가 제품들의 매출 신장률이 눈에 띈다고 설명한다.

     

    19일 서울 중심에 있는 한 유명 백화점의 정관장 매장은 평일 오후에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홍삼으로 유명한 브랜드인 만큼 연령대가 있는 고객들이 많았으나, 20∼30대의 젊은 고객도 종종 보였다.

     

    정관장 김세빈 선임매니저는 "예전에는 선물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최근 몇 년간은 스스로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주 고객도 40대 이상에서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로 층이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전에는 건강식품이 나이가 어느 정도 든 후에야 먹어야 하는 사치품처럼 여겨졌다면 이제는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는 기호식품이 됐다는 것이다.

     

    김 매니저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정신적 피로감이 쌓여 사람들이 자신을 더 많이 챙기는 듯하다"며 "젊은 고객들이 예전에는 부모님 것을 구매하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주로 본인이 먹을 제품을 사러 온 김에 부모님 것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사회에 만연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불황과 정치적 혼란 등으로 인해 생긴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더 보호하려 하고, 그런 추세가 건강을 챙기는 것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더 잘 살지 못하고 여러 정치적인 이슈들 때문에 사회가 발전하기보다 후퇴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과 결핍을 느끼는 듯하다"며 "불안을 상쇄하려는 보상활동으로 정신적으로는 자기 계발을 하고, 신체적으로는 건강식품 먹고 운동 등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사회가 좀 더 편안하면 사회 전반의 '웰빙'까지 챙기는 '로하스족'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는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도 사람이 불안하면 자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건강에 더 많이 신경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중요하게 됐고, 이에 따라 고가 제품의 인기도 상승한다"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 점점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