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전월세상한제 등 서민주거 안정책 카드 '만지작'
  • ▲ 송파와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연합뉴스
    ▲ 송파와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연합뉴스


    5월9일 조기대선이 확정되면서 유력 대선후보 정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업계에서는 유력 주자들의 관련 정책이 규제 쪽으로 기울어지자 현실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유력 주자들이 구상하는 부동산 정책은 크게 △부동산시장 규제 △서민주거안정 △공공임대주택 확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일단은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양이었던 만큼 차기 정권은 부양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3년간 '빚내서 집 사라'는 규제 완화책을 통해 부동산 경기 부양에 힘을 실었다. 이에 강남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 값은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서민들의 주거환경은 갈수록 악화됐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50% 뛰었다. 가계부채 역시 1300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90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 달 만에 약 3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뇌관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에 대선주자들은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목표로 가계부채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가 늘어날수록 가처분소득이 줄고, 경기가 악화돼 차기 정부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력 후보들은 부동산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반대라는 큰 틀은 같이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행태를 지양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비롯한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부동산 임대소득도 월세 소득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 초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도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대비 부동산 보유세 세수 비중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며 "GDP대비 보유세 비중을 현 0.79%에서 1.09%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토보유세' 신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야권주자 가운데 가장 급진적 부동산 규제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토보유세는 다주택자 및 토지 과다소유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연간 15조원의 세금을 걷어 전 국민에게 30만원씩을 기본소득으로 나눠주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시장은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 현황을 보면 개인 10% 정도가 66%를, 법인 1%가 75%를 갖고 있다"며 "국토보유세는 국민 95%가 이익을 보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인위적 부동산 부양책에 반대하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하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들어갈 시기"라며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시장을 이용했다가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일이 많았다. 이를 우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시장에서 논란의 대상 중 하나인 '후분양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아파트시장 주도권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그동안 선분양제의 문제점인 부실공사나 분양권 투기 등을 차단하는 동시에 실수요자들의 구미에 맞는 아파트 구입의 옵션이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범여권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승민 의원(바른정당) 역시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에 공감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 의원은 "부동산시장 상황과 가계부채를 고려하면서 DTI와 LTV 등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후보들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도 공감하고 있다. 높은 전·월세 비용 등으로 서민주거비용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전세대출잔액은 모두 51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5.6% 증가했다.

    지난달 문재인 전 대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방문,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신혼부부 반값 공공임대주택' 필요성을 거론했다. 문 전 대표는 "그린벨트 부분을 신혼부부 주택용으로 규제를 풀어 땅값 부담을 줄여주면 LH가 반값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보유세 인상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100만가구 공급 계획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밖에 가계부채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상환능력을 고려한 주택담보대출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공약에 담을 예정이다.

    이재명 시장은 워킹맘 표심을 잡기 위한 임대주택 공급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달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워킹맘과의 간담회'에서 공공기금을 활용한 '아이사랑 주택' 공급안을 거론했다. 신생아 출산 가구에 저렴한 가격으로 10년 이상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그는 "공공기금을 활용하면 엄청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임대주택의 임차인 보호 강화 △주택임대차 안정화 정책 실시 및 보증금 보호 강화 △주택 금융 및 주택 관련 세제의 정상화를 주요 부동산 정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현 공공임대주택 비율(5.8%)을 OECD 평균 수준(8%)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소득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의 임대료를 차등 부과하는 기준을 마련, 임차인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주택을 제외한 서민주거 안정책도 대권주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대표적이다. 특히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이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이들 당에서 대통령이 나올 경우 전월세상한제 도입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건축 조합원이 인당 평균 3000만원 이상 이득을 얻으면 초과금액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로, 2013년 부동산 거래 위축을 이유로 2017년 말까지 유예된 상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규제나 서민주거복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공급이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