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 메인 거리, 중국 사드 보복 이후 한산해져"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 한 팀도 없어"화장품 매장엔 손님 한 명 없어… 매출 절반 이상 '뚝'
  • ▲ 사드 이후 한산해진 인천 차이나타운 중심 거리. ⓒ김수경 기자
    ▲ 사드 이후 한산해진 인천 차이나타운 중심 거리. ⓒ김수경 기자

    "36년 동안 차이나타운에 살면서 요즘처럼 중국인이 없는 건 정말 처음 봤습니다. 매일 수천명씩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던 인천항 부둣가도 썰렁하고 대형 관광버스가 한 대도 안보여요. 명동도 썰렁하다던데 여기가 더 심한 것 같네요." -자영업자 A씨(남·36세) 

    인천 차이나타운에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졌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배를 타고 인천항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단골 코스였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썰렁해진 거리엔 뿌연 미세먼지만이 가득했다.

    뉴데일리경제가 최근 찾은 인천 차이나타운은 따뜻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휑뎅그렁한 기운이 역력했다. 각종 상점과 과자점, 식당이 즐비한 메인 거리에는 손님보다 손님을 맞이하는 점원들이 더 많았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명물인 화덕만두와 공갈빵을 판매하는 상인들에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냐고 묻자 "그런 걸 왜 묻냐"고 다들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과자점의 한 상인은 "안그래도 손님이 많이 줄어서 속상한데 자꾸 기자들이 찾아와서 손님 없냐고 물어보고 그게 또 기사로 나가니까 올 손님마저 더 안오는 것 같다"며 "이게 또 기사로 나가면 안좋은거 아니냐"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한 중국집 가게 점원은 "어차피 중국인 관광객들은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 탕수육을 먹지는 않는다"며 "식당은 대부분 한국인 손님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매출에 큰 변화는 없는데 거리 자체에 사람이 확 줄어든 건 맞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중문화관 주차장에는 중국인 단체를 태운 관광버스가 꽉 찼었다"며 "지금은 주차장도 텅텅 비었고 차이나타운에 중국인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통차를 판매하고 있는 B씨는 "사드 이전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일주일에 50~60명 정도 왔는데 이번주에는 2명이 전부였다"며 "눈으로만 봐도 예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거리가 꽉 찼는데 지금은 정말 한산하다"고 전했다.


  • ▲ 사드 이후 한산해진 인천 차이나타운 내 한 화장품 가게. ⓒ김수경 기자
    ▲ 사드 이후 한산해진 인천 차이나타운 내 한 화장품 가게. ⓒ김수경 기자


    차이나타운 내 화장품 가게들은 그야말로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그나마 식당이나 커피숍, 상점에는 한국인 손님들이 방문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화장품 가게에는 그야말로 개미 한 마리 얼씬 거리지 않았다.

    중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한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인 대상으로 화장품을 팔면 대박난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해 8월에 매장을 열었다"며 "처음에는 정말 중국인 관광객들이 와서 매일 물건을 싹쓸이 해갔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중국인 단체가 아예 없다"며 "명동 매장도 사드 이후에 중국인 손님 없어지면서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고 들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어떻게 장사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지역 화장품 공동브랜드인 '어울(Oull)' 매장도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한창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이 몰릴 때 열댓명이 넘는 직원이 있었지만 이날은 여직원 2명 만이 한산한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어울'은 중국 정부가 '사드' 이후 한국 화장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년간 420억원 규모의 중국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매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어울'의 한 중국인 판매 직원은 "인천항 제 1부두, 제 2부두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 명도 없다고 하더라"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없으니 매장에 손님이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월미도에 있는 매장은 잠깐 문을 닫았다고 들었다"며 "페리나 크루즈에도 매장이 있었는데 그 곳도 다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두고 있다고 밝힌 이 직원은 "중국 산둥에 있는 가족들이 한국에 오고 싶다고 해서 비자를 받으려고 했는데 나라에서 잘 안내주려고 한다"며 "나는 중국인이지만 내 가족은 한국인인데 사드 때문에 무서워서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지도 못하고 정말 속상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예전에는 한국 드라마, 한국 옷, 한국 화장품을 들고 가면 중국인 친구들이 정말 좋아했지만 사드 이후로 한국 물건이나 한국 사람을 다 싫어한다"며 "나라에서 빨리 잘 해결해줘서 다시 예전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 사드 이후 한산해진 인천 차이나타운 중심 거리. ⓒ김수경 기자
    ▲ 사드 이후 한산해진 인천 차이나타운 중심 거리. ⓒ김수경 기자


    한편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 조치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400만명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국의 사드 관련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업계의 긴급 경영 애로를 해소하고 중국에 편중된 관광시장도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소상공인정책자금 등 총 3750억원의 정책자금과 1000억원의 특례보증을 지원하고 재산세와 교통유발부담금을 감면해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또 고용을 유지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